상업 우주 비행 참가자가 인류 조상의 유골을 지참한 데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연구 가치가 많은 귀중한 유산을 우주로 갖고 간 것은 경솔한 행위라는 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고고학자 리 버거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억만장자 티모시 내시다. 내시는 상업 우주여행 업체 버진 갤럭틱이 지난 9월 8일 실시한 비행에 참가했는데, 멸종한 인간속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와 호모 날레디의 유골이 담긴 카본 튜브를 지참했다.

당시 외신들은 인류의 먼 조상이 세계 최초로 우주를 여행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다만 인류학 및 고고학자들은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자칫 귀중한 유산을 잃을 수 있었고, 뭣보다 중대한 윤리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비행을 회사 홍보에 활용한 버진 갤럭틱도 비난을 받았다.

고대인의 유골 일부를 담기 위해 카본 튜브가 동원됐다. <사진=리 버거 X(트위터)>

호모 날레디는 사람속 화석 인류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됐다. 원래 250만~280만년 전 생존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유골을 첫 발견한 학자 리 버거는 연대 추정을 거쳐 호모 날레디가 실은 20만~30만 년 전 인류라고 주장했다. 이는 호모 날레디가 현생 인류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의미여서 학계에 파장이 일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유골은 2008년 리 버거의 아들 매튜 버거가 처음 발견했고 2010년 학계에 발표했다. 화석의 연대 분석에서 이 고대인은 약 200만 년 전 생존한 것으로 추측됐다.

티모시 내시는 두 고대인의 유골 일부를 카본 튜브에 담아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에 올랐다. 튜브에 담을 뼈 일부를 직접 골라준 이는 바로 리 버거다. 리 버거는 티모시의 비행 전에 낸 성명에서 "우리 조상의 위대한 우주여행이 시작된다"고 감격했다.

현생 인류(왼쪽)와 호모 날레디의 두개골 비교도. 뇌 크기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 <사진=T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Did Homo Naledi Deliberately Dispose of Their Dead? | Darryl J de Ruiter | TEDxTAMU' 캡처>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은 미 공군이 인정하는 우주의 최저 고도인 80㎞까지 솟아오를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월 1회 정기 상업 비행을 진행하는 버진 갤럭틱은 고대인 뼈가 우주여행을 했다며 잔뜩 고무됐지만 학자들의 맹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인류학자 알레시오 베네치아노는 최근 자신의 X(트위터)를 통해 "이번 우주비행은 인류 조상의 유골에 대한 존중이 결여(윤리적 문제)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아직 안전이 완전히 담보되지 않은 우주여행이 자칫 실패할 경우 귀중한 표본이 파괴될 수 있었다"고 따졌다.

고고학계 유명 인사인 리 버거 교수 <사진=리 버거 공식 페이스북>

미국 고고학자 저스틴 월시 교수도 "저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우주 환경이 지구의 물체에 미치는 영향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귀중한 샘플을 우주로 갖고 나가는 무모한 짓은 상상도 안 해봤다"고 혀를 찼다.

이와 관련, 고대인 골격의 우주 반출을 사실상 주도한 리 버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물관리국(SAHRA)의 허가를 받았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나 호모 날레디의 유골이 많아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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