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인간의 7배에 달하는 300개 가까운 기본적인 표정을 가졌으며, 이를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적극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나 몸짓뿐만 아니라 표정을 관찰해 의사소통 방법을 들여다본 이번 연구는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캔자스대학교 의대 로렌 스콧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양이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정이 300개나 되며, 이를 사용해 주변 생물들과 능동적으로 의사소통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도도한 고양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양이 카페에서 고양이 50마리를 1년에 걸쳐 면밀히 관찰했다. 여기서 확인된 고양이의 기본적인 표정은 모두 276가지였다.

고양이는 대략 300가지의 기본적인 표정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스콧 교수는 "고양이는 개만큼 감정 표현에 충실하다. 기쁠 때나 싫을 때, 배고플 때, 졸릴 때, 포만감에 기분이 좋을 때 등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아주 다양한 표정을 안면에 띄울 줄 안다"고 전했다.

교수는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행동한 지 1만 년이 넘었으며, 서로 유대를 돈독히 하기 위해 다양한 표정을 진화를 통해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고양이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표정이 아닌 울음소리나 꼬리에 집중한 경향이 있어 이번 성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얼굴에 분포하는 근육을 이용해 다양한 감정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 이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침팬지나 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사람은 44종(인간은 최대 1만 개의 표정 변화가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기본적인 것만 다룸), 개는 27종, 침팬지는 357종의 표정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고양이에 관한 연구는 스콧 교수 말대로 거의 없었다.

고양이는 1만 년에 걸쳐 사람과 살며 다양한 진화를 거쳤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고양이의 표정을 눈과 동공, 입과 입술, 코, 귀 등으로 대별한 뒤 입술의 움직임, 동공의 확대와 축소, 눈의 깜박임, 코 핥기, 귀의 위치 등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고양이 얼굴의 각 부위는 친근감, 적대감, 공복감, 포만감 등 다양한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빠르게 변화했다.

스콧 교수는 "함께 장난을 치던 두 새끼 고양이가 갑자기 싸움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수십 가지 표정이 관찰됐다"며 "눈을 편안하게 뜨고 귀와 수염이 앞을 향하며 친근감을 드러내던 두 고양이는 이내 귀와 수염을 뒤로 밀고 하악거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양이의 표정은 공격적인 것(37%)보다 우호적인 것(45%)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8%는 모호해 우호적 또는 적대적 어느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동물도 사람처럼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여러 표정을 짓는다. <사진=pixabay>

흥미로운 것은 고양이의 표정 일부가 인간과 닮았다는 사실이다. 스콧 교수는 "고양이는 사람처럼 미소 지을 줄 알고 개나 침팬지와 닮은 표정도 여럿 갖고 있다"며 "고양이는 진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더 많은 표정을 가질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표정과 감정·상황 사이의 연관성을 보다 면밀하게 조사하고 울음소리 등과 조합해 고양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심층 조사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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