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9000년 후 태양계에 진입할 것으로 여겨졌던 백색왜성의 실제 접근 가능성이 없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북아일랜드 천문학 연구팀은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백색왜성 WD0810–353이 2만9000년 뒤 지구가 속한 태양계에 침입할 우려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WD0810–353은 지난해 러시아 풀코보천문대 소속 학자 바딤 보빌레프와 아니사 바즈코바가 발견했다.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태양계로 향할 위험이 있는 천체를 살펴보던 이들은 WD0810–353가 2만9000년 태양계의 0.5광년 이내까지 접근할 것으로 판단했다.

백색왜성의 상상도 <사진=pixabay>

백색왜성은 일생을 마친 항성의 잔해다. 태양도 머지않아 그 운명을 맞게 된다. 백색왜성이 태양계에 접근하면 대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가이아의 데이터만 따지면 WD0810–353은 천문학적으로 상당히 가까운 0.5광년 거리에서 중력에 의해 태양계를 둘러싼 오르트 구름마저 교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오르트 구름을 구성하는 얼음이 태양계 내로 날아들어 지구 같은 행성과 충돌하게 된다.

이에 대해 조사 관계자는 "백색왜성 WD0810-353의 궤도를 다시 살펴보니 아무래도 태양계가 파멸할 염려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러시아 학자들이 가이아의 정보를 토대로 뽑아낸 백색왜성은 접근 속도나 각도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태양계 끝부분에 존재하는 오르트 구름의 분포도. 붉은 선은 외부에서 들어온 천체가 태양계에 밀려 들어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자기장이다. 이들은 WD0810-353이 백색왜성 치고는 보기 드물게 강한 자기장을 가진 점에 주목했다. WD0810-353이 태양계를 향하고 있다는 예측은 그 시선 속도에 근거한 것인데, 시선 속도는 별이 내뿜는 빛의 스펙트럼에서 산출한다.

어떤 천체가 지구에서 멀어지면 빛의 파장이 늘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친다(적색편이). 반대로 별이 지구에 다가오면 파장은 좁혀지고 파란색 쪽으로 치우친다(청색편이). 시선 속도는 이런 빛 파장의 쏠림을 응용하는데, 빛의 파장 자체가 자기장의 큰 영향을 받는다.

조사 관계자는 "광파는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지만 자기장에 노출되면 특정 방향으로 쏠려 편광이 나타난다"며 "러시아 천문학자들은 이 영향을 무시하고 시선 속도를 계산했기 때문에 WD0810-353이 태양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아 우주망원경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ESO가 운용하는 칠레 초거대망원경(VLT)에 장착된 'FORS2' 장비를 통해 WD0810-353의 스펙트럼을 정확하게 포착했다"며 "이 백색왜성이 야기한 편광으로부터 자기장을 모델화하고 천체의 궤도와 속도를 구한 결과 태양계 접근 가능성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2010년 시작된 ESA의 가이아 미션은 고정밀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은하의 3차원 지도 작성이 핵심이다. ESA는 2025년까지 운용이 예정된 가이아가 우리은하에 자리한 10억 개 이상의 천체들을 자세히 관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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