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가 낮아 원성을 사는 일기예보 시스템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값비싼 슈퍼컴퓨터가 담당하던 일기예보를 인공지능(AI)에 맡겼더니 속도와 정확도 모두 크게 올라갔다.
구글 딥마인드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자사의 일기예보 AI 그래프캐스트(GraphCast)가 단 1분 만에 10일간의 날씨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전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소개됐다.
딥마인드는 비싸고 덩치가 큰 데다 에너지 소비량도 많은 슈퍼컴퓨터의 일기예보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프캐스트는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가 지난 40년간 수집한 기상 데이터를 그래프 신경망이라는 방법으로 학습했다.
딥마인드는 그래프캐스트와 ECMWF가 운용하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직접 비교했다. 그 결과 그래프캐스트는 기온과 기압, 풍속, 풍향, 습도 등 1380종이나 되는 날씨 지표의 정확도 면에서 슈퍼컴퓨터를 90% 이상 압도했다.
그래프캐스트 개발 관계자는 "기존 날씨 예측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몇 시간 가동해야 했지만 AI는 1분 안에 수백 가지 기상 변수에 대한 열흘 치 기상예보를 뽑아냈다"며 "이때 소비되는 에너지는 기존 모델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프캐스트의 일기예보는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해 대형 태풍의 캐나다 상륙을 기존 모델보다 3일 빠른 9일 전 예측했다"며 "정확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은 기존의 일기예보 시스템을 언젠가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컴퓨터에 의존하는 기존 일기예보 시스템은 현재 AI를 이용한 보완이 한창이다. ECMWF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기존 기상 예측 시스템과 통합 가능성을 시험할 계획이다. ECMWF가 단번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은 AI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실제로 그래프캐스트는 지난 10월 25일 멕시코 아카풀코를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의 오티스의 갑작스러운 발달 상황에서 기존 일기예보 모델보다 더한 오류를 저질렀다. 분해능 자체도 기존의 일기예보 시스템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