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은 망자가 영면에 들도록 독사의 침입을 막아주는 주문을 무덤에 새긴 것으로 확인됐다.
체코 프라하카렐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발굴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고대 유적이 산재한 이집트 기자와 사카라 사이 아부시르의 발굴 과정에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뱀을 경계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양한 해독 방법이 이미 고대에 탄생했을 정도인데, 이집트인들은 죽어 무덤에 안치된 망자까지 독사로부터 지키기 위해 애썼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를 이끈 미로슬라프 바르타 교수는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죽은 자들을 뱀으로부터 보호하는 주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주문은 그간 조사되지 않은 아부시르의 고위 관리 무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해당 무덤은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고대 이집트 왕실 관리의 것으로 추측됐다. 페르시아가 이집트를 침공한 시대 고위직을 지낸 인물로 무덤 내부는 각종 이집트 신들의 조각으로 장식됐다.
미로슬라프 교수는 "망자가 뱀에 물리는 것을 막기 위한 주문은 무덤 벽면과 석판에 새겨졌다"며 "기원전 1000년 중반에 조성된 이 무덤의 윗부분은 지상에 돌출돼 아주 오래전 파괴됐고, 묘실은 5.24m 갱도 아래 자리해 손상을 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관 속 내용물과 흔적을 분석한 바로는 관리는 25세에 숨졌고, 생전 앉아서 일했는지 중증 골다공증과 척추 마모 등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고급 부장품으로 채워진 무덤 북쪽 벽에는 뱀을 막아주는 주문이 빼곡하게 새겨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독사에 물려 죽었기 때문에 고위 관리의 무덤에도 위험한 독사를 막을 방법이 필요했다고 추측했다.
미로슬라프 교수는 "사막인 이집트에는 지금도 많은 독사가 서식하며, 고대인들은 뱀에 물리는 것이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을 것"이라며 "뱀의 습격과 관련해 여러 의식이 치러진 기록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관리의 무덤 북벽에 새겨진 주문은 망자가 영면에 들기를 원하는 이집트인들의 철두철미한 장례 의식을 나타낸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에 널린 독사들은 꽤 오랜 세월 귀중한 문화재들이 도굴되는 것을 막아줬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