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도 등장하는 악마 바알세불(Beelzebub, 벨제붑)을 소환하는 문장이 새겨진 중세 납판이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독일 북부 항구도시 로스토크는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무친 원한을 풀기 위해 바알세불을 소환하려 만든 것으로 보이는 15세기 납판을 소개했다.

이 납판은 로스토크의 오래된 주택 철거 현장에서 나왔다. 화장실 바닥을 뜯자 드러난 납판은 가로 약 6㎝ 크기이며, 두루마리처럼 둥글게 말려 있었다.

15세기 만들어진 납판. 남녀를 저주할 목적으로 바알세불과 벨레드를 소환하는 주문이 새겨졌다. <사진=로스토크 시청 공식 홈페이지>

납판을 처음 발견한 철거 인부들은 해독이 불가능한 문자가 적힌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인부들 의뢰로 납판을 살펴본 고고학자들은 수수께끼의 문장이 “sathanas taleke belzebuk hinrik berith.”임을 알아냈다.

연구팀 관계자는 “문장은 탈릭이라는 여성과 힌릭이라는 남성을 저주할 목적으로 바알세불과 벨레드(Beleth)를 소환한 주문으로 보인다”이라며 “바알세불은 7대 죄악(칠죄종)의 탐욕을 상징하는 악마이고, 벨레드는 솔로몬의 72 악마 중 13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탈릭과 힌릭은 연인이며,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누군가가 독한 저주를 퍼부었다고 추측했다. 15세기 유럽의 사회상이나 교회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납판을 만든 이는 상당한 원한을 품은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 저주하기 위해 악마를 부르는 문장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진=pixabay>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해 납판이나 석판, 양피지에 문자를 새기는 행위는 기원전 800~600년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부터 유행했다.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1500년 전 납판에는 경쟁 관계인 무용수에게 해악을 끼치기 위해 악마를 부르는 주문이 그리스어로 새겨져 있었다.

또한 그리스에서 발견된 2400년 전 납판에는 저승을 다스리는 신들에게 술집 주인을 강하게 저주해 달라고 부탁하는 글이 들어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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