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과학자들이 제출한 연구논문 중 대략 1만 편이 철회됐다. 중국과 러시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학자들의 논문이 유독 많아 눈길을 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올해 채택됐다 취소된 연구논문 수는 약 1만 건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네이처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작성된 논문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인공지능(AI)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과학계가 논문 작성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철회된 논문 중 상당수는 와일리(Wiley Online Library) 출판사의 자회사 힌다위(Hindawi) 소유 학술지에 집중됐다. 힌다위는 올해 사독 전 논문에서 여러 문제 행위를 적발해 1회 이상 발표된 논문 8000편 이상을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힌다위 관계자는 "관련성이 없는 참고문헌을 인용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문장 전개가 어색하고 글솜씨가 일천한 논문들을 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의 수많은 학자들은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조직적 조작이나 부정행위의 유혹에 굴복하기 쉽다"며 "누구나 제약 없이 인터넷으로 학술 정보를 접하는 오픈 액세스 환경은 논문 저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편 독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집계를 보면, 올해 논문 철회율은 10년 만에 3배로 늘었다. 그 배경에는 악성 대필업자가 존재한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국가별로 보면 1만 편당 30편이 적발된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였다.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까지 포함하면 1만 편당 30편이 넘은 중국이 1위였다.
눈여겨볼 부분은 논문 부정행위와 이른바 인공지능 환각(AI hallucination)의 깊은 연관성이다. AI 환각이란 인공지능이 통계 정보나 학습 경험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당당하게 쏟아내고 여기 인간이 현혹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처는 "AI 환각은 인공지능이 기계학습 등 트레이닝 중에 접하는 데이터가 편중되거나 데이터셋 내 특정 패턴의 오류로 발생한다"며 "발달 속도가 빠른 AI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논문 작성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AI 환각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