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는 먹지도 않으면서 매너티 새끼를 공격해 죽이려는 고약한 습성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큰돌고래의 이같은 행동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점쳐졌다.
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연구팀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오랜 시간 수생 포유류 큰돌고래와 매너티의 일종인 아메리카매너티의 관계를 관찰해 왔다.
매너티는 몸길이 최대 5m, 체중 1500㎏까지 자라며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대륙 일부, 중미 국가의 연안 하천이나 하구에 서식한다.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온순하고 귀여운 외형으로 인기가 많다.
연구팀은 1999~2020년 중앙아메리카 북동부 벨리즈 근교에서 큰돌고래가 매너티 새끼를 공격하는 상황을 10차례 확인했다. 특히 2015~2020년에 이런 일이 빈발했다.
조사 관계자는 "흰돌고래는 새끼 매너티를 어미로부터 떼어놓으려 하거나, 몸을 고의로 부딪쳤다"며 "심지어 물기도 했는데, 모두 흰돌고래 쪽에서 먼저 행동했고 다분의 의도적인 것으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찰 중인 매너티들의 새끼 일부는 큰돌고래 이빨 공격이 남긴 흉터가 선명했다"며 "큰돌고래가 매너티를 공격하는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일종의 화풀이나 유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큰돌고래는 몸길이 최대 4m까지 자라며 체중은 500㎏에 달한다. 돌고래 중 가장 크며, 이따금 다른 돌고래과 포유류를 공격한 사례도 있다.
조사 관계자는 "큰돌고래가 다른 수생 포유류를 공격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다른 생물에 공격적인 것은 식량·공간·자원을 둘러싼 경쟁 상대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종의 서식 범위가 겹치면 적대적 행동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