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알을 꼬리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유유히 헤엄치는 신비한 포란오징어가 수중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코스타리카 카발리토 심해에서 포착된 클로드 암훅 오징어(Clawed armhook squid)를 소개했다.
갈고리흰오징어과인 이 오징어의 학명은 고나투스 오닉스(Gonatus onyx)다. 사진과 영상 속 개체는 암컷으로, 길게 늘어뜨린 까무잡잡한 물체는 다리가 아니라 수천 개나 되는 알 덩어리다.
SOI는 “고나투스 오닉스 암컷이 품은 수천 개의 알은 얇은 막에 싸여 보호되며 멀리서는 나풀대는 손수건처럼 보인다”며 “이 오징어는 조금 긴 두 다리 끝에 갈고리 같은 기관이 있는데, 이것으로 부드러운 알 덩어리를 끌어안고 운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징어는 원래 중성부력으로 바다에 쉽게 뜰 수 있지만 고나투스 오닉스는 포란 도중에 빠르게 헤엄칠 수 없다”며 “이런 영향으로 알을 끌고 다닐 때는 심해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해양생물학자들은 고나투스 오닉스 등 심해 오징어들이 해저에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해 자라는 것으로 여겼다. 다만 2001년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BARI)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알을 길게 끌고 헤엄치는 고나투스 오닉스를 처음 확인하면서 이런 생각이 깨졌다.
이후 드물게 포착된 고나투스 오닉스의 포란 활동을 관찰한 학자들은 암컷이 최대 3000개의 알을 운반하며, 알에 산소를 공급하려 쉬지 않고 헤엄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미 입장에서 목숨을 건 포란은 수개월간 이어지며, 이 기간 빨리 헤엄치지 못해 천적의 목표물이 된다.
성체의 몸길이가 약 18㎝인 고나투스 오닉스는 일본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북태평양에 분포한다. 독특한 검은 눈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검은눈오징어(Black-eyed squid)라고 부른다. 1900m보다 깊은 심해에서 발견되며 1991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촬영된 포란오징어도 고나투스 오닉스의 일종으로 판명됐다.
SOI는 “일단 알을 품은 고나투스 오닉스 암컷은 새끼들이 부화할 때까지 몇 달간 먹이를 먹지 않고 지낸다”며 “산란과 포란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린 고나투스 오닉스 어미의 몸은 해파리와 같은 젤리로 변해 만지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