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알을 꼬리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유유히 헤엄치는 신비한 포란오징어가 수중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SOI)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코스타리카 카발리토 심해에서 포착된 클로우드 암훅 오징어(Clawed armhook squid)를 소개했다.

갈고리흰오징어과인 이 오징어의 학명은 고나투스 오닉스(Gonatus onyx)다. 사진과 영상 속 개체는 암컷으로, 길게 늘어뜨린 까무잡잡한 물체는 다리가 아니라 수천 개나 되는 알 덩어리다.

수천 개나 되는 알을 끌고 헤엄치는 심해종 고나투스 오닉스 <사진=SOI 공식 인스타그램>

SOI는 “고나투스 오닉스 암컷이 품은 수천 개의 알은 얇은 막에 싸여 보호되며 멀리서는 나풀대는 손수건처럼 보인다”며 “이 오징어는 조금 긴 두 다리 끝에 갈고리 같은 기관이 있는데, 이것으로 부드러운 알 덩어리를 끌어안고 운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징어는 원래 중성부력으로 바다에 쉽게 뜰 수 있지만 고나투스 오닉스는 포란 도중에 빠르게 헤엄칠 수 없다”며 “이런 영향으로 알을 끌고 다닐 때는 심해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해양생물학자들은 고나투스 오닉스 등 심해 오징어들이 해저에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해 자라는 것으로 여겼다. 다만 2001년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BARI)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알을 길게 끌고 헤엄치는 고나투스 오닉스를 처음 확인하면서 이런 생각이 깨졌다.

또 다른 포란오징어. 이 개체는 2012년 심해에서 촬영됐다. <사진=MBARI 공식 홈페이지>

이후 드물게 포착된 고나투스 오닉스의 포란 활동을 관찰한 학자들은 암컷이 최대 3000개의 알을 운반하며, 알에 산소를 공급하려 쉬지 않고 헤엄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미 입장에서 목숨을 건 포란은 수개월간 이어지며, 이 기간 빨리 헤엄치지 못해 천적의 목표물이 된다. 

성체의 몸길이가 약 18㎝인 고나투스 오닉스는 일본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북태평양에 분포한다. 독특한 검은 눈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검은눈오징어(Black-eyed squid)라고 부른다. 1900m보다 깊은 심해에서 발견되며 1991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촬영된 포란오징어도 고나투스 오닉스의 일종으로 판명됐다.

SOI는 “일단 알을 품은 고나투스 오닉스 암컷은 새끼들이 부화할 때까지 몇 달간 먹이를 먹지 않고 지낸다”며 “산란과 포란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린 고나투스 오닉스 어미의 몸은 해파리와 같은 젤리로 변해 만지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고 전했다.

SOI 인스타그램에서 고나투스 오닉스 영상 보기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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