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어느덧 활동 10년을 맞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큐리오시티의 지금까지 활약상과 현재 상황, 향후 진행될 미션을 중점 소개했다.
2011년 11월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의 ‘아틀라스V’로켓에 실려 발사된 큐리오시티는 역추진 로켓과 크레인을 이용한 ‘스카이 크레인’ 방식으로 2012년 8월 6일 오후 2시30분경(한국시간) 화성 게일 크레이터에 착륙했다. 이후 게일 크레이터가 품은 역사를 비롯해 초기 화성의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탐사 활동을 이어왔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큐리오시티는 10년간 화성의 바위와 토양 샘플을 41개소에서 채취, 차체에 탑재된 과학 장비를 활용해 분석했다. 이런 활약 덕에 과거 게일 크레이터에 물뿐만 아니라 생명 유지에 필요한 화학적 성분과 영양소가 최소 수천만 년에 걸쳐 존재했음이 밝혀졌다.
현재 큐리오시티는 게일 크레이터 중앙의 아이올리스 산(Aeolis Mons.)을 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여러 시대에 걸쳐 형성된 퇴적암을 조사할 계획이다. 게일 크레이터에는 과거 호수 바닥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퇴적암이 존재하며, 이는 화성 표면에 물이 찼던 시기의 다양한 현상들을 확인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물을 통해 운반된 퇴적물이 게일 크레이터 바닥에서 위로 층상으로 쌓였다가 침식, 그 단면이 노출됐다는 학자들의 가설이 입증될 전망이다. 아이올리스 산을 오르면서 퇴적암을 분석하는 큐리오시티의 작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된 고대 화성의 환경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JPL은 착륙 10주년에 맞춰 큐리오시티가 그간 다닌 거리를 가늠할 이미지도 공개했다. 아래 사진은 지난 7월 15일 큐리오시티 내비게이션 카메라(Navcam)를 사용해 촬영된 이미지들을 연결한 파노라마 사진이다.
JPL에 따르면 큐리오시티는 착륙 후 10년간 약 29㎞를 주행했다. 또한 화성 표면의 625m 높이까지 올라갔다. JPL은 “화성 탐사 로버는 인간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 10년간 30㎞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 큐리오시티는 40여 개 이상 바위를 굴착해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많은 손상도 입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큐리오시티의 알루미늄 휠은 날카로운 돌조각 위를 오래 주행한 탓에 여기저기 손상을 입었다. JPL은 큐리오시티가 입는 피해를 정형화한 뒤 파손 위험성이 높은 지형을 가급적 피하는 주행 루트를 설정해 왔다. 거친 지형 주행 시 휠 회전을 조절하는 트랙션 컨트롤 알고리즘도 개발했지만 10년간 지속된 탐사에 휠 각부가 깨지고 떨어져 나갔다.
다양한 샘플을 채취하기 위한 드릴 등을 갖춘 로봇 팔도 망가졌다. JPL은 “최근 로봇 팔의 정교한 동작에 필요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예비 브레이크로 전환하면서 팔은 다시 쓸 수 있게 됐지만 성능 유지를 위해 샘플 채취 시 보다 덜 피해를 입는 동작을 고안했다”고 전했다.
큐리오시티는 동력원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JPL에 따르면 큐리오시티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를 탑재했다. 이는 방사성 붕괴열을 이용하는 발전기로 원자력 전지의 하나다.
RTG의 출력은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현재 큐리오시티가 하루에 실시할 수 있는 작업량은 착륙 당초에 비해 훨씬 줄었다. JPL 운용팀은 큐리오시티가 매일 어느 정도 전력을 소비할지 계산을 거듭하면서 이용 가능한 전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ASA는 당초 예정된 큐리오시티의 미션을 최근 네 번째 연장(3년간)했다. 이제 막 화성 탐사 11년차에 접어든 큐리오시티는 화성 표면 호수의 물이 마를 때 남겨진 것으로 보이는 황산염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