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수백 마리가 새의 몸 위를 기어 다니는 기묘한 영상에 관심이 집중됐다. 언뜻 죽은 새를 개미들이 해체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개미욕(anting)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캠핑 시설 음쿰베 부시 러지(Umkumbe Bush Lodge)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온몸에 개미가 달라붙은 코뿔새 영상을 소개했다.

개미떼의 습격을 당한 것처럼 보이는 코뿔새는 사실 한가롭게 개미욕을 즐겼다. 코뿔새는 개미가 분비하는 화학물질 일부를 이용해 깃털 깊숙이 박힌 진드기나 기생충을 구제했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코뿔새는 물론 까마귀, 찌르레기 등 약 250종의 새가 개미욕을 한다. 새는 기본적으로 부리를 이용해 기생충을 잡거나 모래찜질로 청결을 유지하는데, 개미욕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시설 관계자는 "개미는 포름산 같은 천연 살충제를 분비하기 때문에 새들의 몸을 훑으면 기생충 구제 효과를 발휘한다"며 "수많은 개미가 몸 위를 뒤덮는 것만으로 새들은 많은 도움을 받는다. 부리가 닿지 않는 곳에 박힌 벌레도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새의 종류에 따라 개미욕의 스타일도 제각각"이라며 "영상 속 코뿔새처럼 둥지에 앉아 개미가 몸 전체를 기어 다니도록 내버려두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까마귀처럼 스스로 개미를 날개에 문대는 새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