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솜을 뒤집어쓴 듯 푹신한 흰색 털을 가진 신종 하늘소가 호주에서 발견됐다.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에 속하는 곤충 하늘소는 수많은 동료를 가졌지만 흰 털이 복슬복슬한 종은 유례가 없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새로운 종으로 확인된 하늘소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Excastra albopilosa)를 소개했다.

몸길이 약 9.7㎜의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는 솜뭉치로 착각할 만큼 하얀 털로 전신이 뒤덮였다. 처음 발견된 곳은 곤드와나 열대우림의 일부이자 호주의 세계유산인 래밍턴 국립공원이다.

호주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신종 하늘소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 <사진=호주 국립곤충컬렉션(ANIC) 공식 홈페이지·제임스 트위드>

신기한 신종 하늘소를 포획한 퀸즐랜드대 환경학 박사과정 제임스 트위드는 “래밍턴 국립공원 내부를 거닐다 로만드라 나무에 앉은 하늘소에 눈이 갔다”며 “너무 독특하게 생겨 처음에는 새똥에 곰팡이가 핀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는 검고 붉은 몸통에 길고 흰 털이 풍성하게 돋았다. 제임스 트위드는 캔버라에 자리한 호주 국립곤충컬렉션(ANIC)에 사진과 영상을 보냈고, 신종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ANIC 관계자는 “하늘소가 포함된 딱정벌레목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벌레로 3만6000종 이상 5100속이 존재한다”며 “오스트랄라시아(호주 및 뉴질랜드, 뉴기니)에는 학계에 등록되지 않은 종이 많고 대부분 고유종일 확률이 높은데,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도 예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의 머리 <사진=호주 국립곤충컬렉션(ANIC) 공식 홈페이지·제임스 트위드>

ANIC에 따르면,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는 신종일 뿐만 아니라 신속, 신과로 비슷한 형태의 하늘소는 지금껏 보고되지 않았다. 몸에 돋은 하얀 털의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곤충의 은신술, 즉 의태일 것으로 추측했다.

ANIC 관계자는 “얼핏 곰팡이 같기 때문에 흰 털의 목적은 의태로 보는 것이 아무래도 설득력이 있다”며 “하늘소 등 딱정벌레를 즐겨 사냥하는 딱따구리 입장에서는 곰팡이가 잔뜩 핀 썩은 벌레로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곤충 연구의 기준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ANIC 관계자는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 그룹이지만 대부분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연구도 활발하지 않다”며 “총 550만 종이나 존재한다고 알려진 곤충 중에서 이름이 붙고 분류된 것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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