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청년이 씹던 껌에 남은 DNA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병이나 식생활을 분석한 최신 연구에 시선이 집중됐다. 껌은 현대인들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필수품인데, 고대인 역시 식물 수지 등을 씹으며 스트레스를 날린 것으로 생각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분자고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1990년대 초 발굴된 고대 껌 분석 과정에서 당시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껌은 스웨덴 남서부 휴즈비 클레프(Huseby Klev) 유적에서 나왔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곳은 유럽인들이 농경을 시작하기 직전인 중석기시대(1만200~9400년 전) 유적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출토된 껌들이 천연수지나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졌고, 명확한 치형이 남은 점에 관심을 가졌다. 무기나 도구 조립에 쓴 접착제부터 단순한 오락, 약용 등 껌의 용도는 다양하게 추측됐다.
조사 관계자는 "각 껌에 남은 DNA를 분석한 결과, 그 절반은 인간에서 유래한 것이고 남녀 10대 청년들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DNA에는 수지 조각에 서식하던 미생물, 균류부터 구강 내 다양한 미생물 유래 물질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방법으로 껌에 남은 미세한 DNA를 추출하고 단편화된 DNA를 더 긴 단편에 연결했다. 인공지능(AI) 기계학습까지 동원, 특정 DNA 조각이 어떤 미생물이나 동물에 속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구강 내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생물과 충치 병원균의 흔적이 확인됐다. 이러한 병원성 세균은 높은 빈도로 존재했으며, 건강한 구강 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범위는 넘지 않아 껌을 씹은 사람들이 질병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연구팀은 기계학습을 통한 분석에서 수지를 깨문 소녀는 75% 이상 치주 질환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즉 껌을 씹은 시기부터 고대 소녀들은 치아를 잃기 시작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또 껌에서는 세균뿐만 아니라 고대인이 섭취한 사슴과 송어, 헤이즐넛 등 동식물의 흔적도 검출됐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에 밝혀진 사실들은 석기시대 인류 문화와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향후 정밀 분석을 통해 더 놀라운 발견이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