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ASD) 진단이 주로 남자아이에 집중되는 현상은 학계의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신경과학 연구팀은 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ASD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거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서툴고 특정한 것에 강한 흥미와 관심을 갖거나 고집이 유독 강한 발달장애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어릴 때부터 진단이 가능하지만 ASD로 판명되는 쪽은 남자아이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에 의구심을 품었다. 여자아이의 경우 ASD라도 간과되고 있다는 가설을 세운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연구팀은 유전적인 돌연변이를 가진 쥐들 중 ASD 특성을 보이는 개체를 모아 뇌를 조사했다. 이 쥐들은 신경세포에서 자라는 수지상 돌기가 적고 시냅스에서 정보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양도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쥐들은 대체로 사회성 결여 등 ASD의 특징을 보였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특성에 성차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실험 관계자는 “사람의 경우 남자아이만 ASD라고 진단되는 이유의 하나는 여자아이는 ASD가 되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라며 “여자아이의 ASD 증상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고 심리적으로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ASD를 가진 남자아이는 대화가 서투르고 고립되기 쉽지만 여자아이의 경우 이를 잘 조정하고 때로 위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SD는 대부분 3세까지 진단이 가능하다. ASD를 가진 아이는 대화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언어 발달이 느린 편이다. 고집이 세고 예민하며 잘 웃지 않는다.
조사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ASD로 진단받는 아이는 세계 전체로 따져 남자가 여자의 약 4배로 훨씬 많았다”며 “쥐 실험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여자아이의 ASD가 간과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ASD 연구는 남성의 증상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자연히 진단 기준도 남성의 증상이 바탕이 됐다”며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성별에 편중된 ASD 진단 방법을 하루빨리 개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