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 이상 전에 인류가 구축한 고대 구조물이 발트해 밑바닥에서 발견됐다.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유럽 대륙 사이의 구조물을 연구하면 발트해 주변의 숨겨진 역사가 드러날 것으로 학계는 전망했다.

독일 킬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메클렌부르크 만 수심 21m 지점에서 약 1만1000년 전 석기시대 구조물을 발굴했다고 전했다. 큰 돌을 나란히 세워 만든 이 구조물은 길이 약 1㎞이며, 블링커월(Blinkerwall)로 명명됐다.

연구팀은 블링커월이 축조된 지 약 1600년간 사용되다 8500년 전 바다에 잠겨 현재에 이른다고 추측했다. 구체적으로는 지구의 최종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따뜻해진 석기시대, 지역에 살던 수렵채집 민족이 만든 수렵 목적 시설이라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블링커월의 일부 <사진=키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Philipp Hoy>

조사를 이끈 키엘대 제이콥 기어센 교수는 "유적은 기록된 가장 오래된 수렵 목적의 인공 구조물 중 하나로 보인다"며 "유럽에서 알려진 석기시대 건축물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링커월은 인류의 생존 전략과 이동 패턴을 이해하고 발트해 서쪽 지역의 영토개발에 관해 보다 면밀히 파악하는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잠수사를 비롯해 고해상도 수중 음파 영상 장비와 수중 드론을 이용해 블링커월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 결과 1670개의 돌이 971m에 걸쳐 쌓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개의 돌은 폭 2m 미만, 높이 1m 미만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관측 정보를 토대로 제작된 블링커월의 3D 복원도. 물소나 순록 등 유제류를 몰아넣고 사냥한 수렵 시설로 판단된다. <사진=키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Michał Grabowski>

제이콥 교수는 "돌의 크기가 일정하고 잘 정렬됐다는 점에서 블링커월은 인공물이 분명해 보인다"며 "빙하의 이동이나 얼음에 짓눌리는 등 자연 현상에 의한 결과물로 보기는 무리"라고 전했다.

교수는 "브링커월은 돌 크기로 미뤄 방파제는 아닌 듯하며 해안 방어책으로 보기에는 폭이 너무 좁다"며 "1만1000여 년 전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항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항구 구조물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인들이 블링커월로 순록이나 물소를 몰아넣고 사냥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유제류(발굽을 가진 포유류)를 몰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화살이나 창으로 사냥한 고대인의 수렵 시설은 중앙아시아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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