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에 달하는 장대한 아마존 암각화를 새긴 인류의 생활상 일부가 드러났다. 현생 인류는 1만2600년 전 아마존에 정착한 뒤 맹수의 습격을 피할 바위틈을 거주지로 삼았고, 높고 긴 암벽에 자신들의 생활상을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학술지 '쿼터너리 사이언스 리뷰(Quaternary Science Reviews)' 3월 호에 실린 조사 보고서에서 아마존 분지 암각화를 그린 인류는 약 1만2600년 바위틈에 정착해 살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콜롬비아 아마존 북단 세라니아 데 라 린도사 밀림 유적의 거대한 암각화들을 다년간 정밀 분석했다. 2020년 발견된 이 암각화는 높이 약 10m, 길이 약 12㎞로 규모가 엄청나다. 암각화는 인류의 수렵채집을 묘사했는데, 빙하기에 멸종한 동물도 그려져 아마존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아마존 암각화는 장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엑서터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마크 로빈슨>

액세터대 고고학자 마크 로빈슨 교수는 "남미의 인구 이동은 인류사에 있어 중요한 대이동이지만, 그들이 아마존의 생태계에 막 진입할 당시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광활한 아마존은 워낙 넓은 데다 열대우림이 우거지고 산성토양에 유기물이 쉽게 썩어 연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각화는 인류가 아마존에 도달한 시기는 물론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됐다"며 "1만1700년 전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 후 도래한 완신세 인류의 생활상이나 역사적 궤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지만 그 주변부 연구는 암각화에 가려져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암각화가 늘어선 지역에 만들어진 바위틈과 거기 남은 흔적, 그리고 암벽을 떠받치는 토양의 구성에 주목했다. 암벽 주변의 토양 샘플을 채취, 퇴적물의 층위를 분석한 연구팀은 돌조각과 숯의 흔적부터 음식물 조리 및 소비, 폐기 과정을 보여주는 유기물을 특정했다. 이 과정에서 바위틈이 정착민의 거주지일 가능성을 알아냈다.

약 1만2600년 전 아마존에 정착한 인류는 긴 천연 석벽 틈에 거주지를 마련했고, 자신들의 생활상을 담은 그림을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엑서터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마크 로빈슨>

로빈슨 교수는 "토양에서는 3000년 전 도자기와 2500년 식물을 재배한 흔적이 나왔다"며 "이들은 세라니아 데 라 린도사에 약 1만2600년 전 빙하시대 후기 현생 인류가 정착해 살았고, 바위틈 촌락이 17세기까지 유지됐음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암각화 자체에 대해서는 "바위틈 거주지의 수가 많은 점에서 이곳은 수렵채집민들이 살기 매력적인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며 "현생 인류는 울창한 열대우림에서 사냥하고 강에서 많은 물고기를 잡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바위틈에 살며 수렵채집 생활을 이어간 인류가 자신들의 생활상은 물론 상상 속 이미지들을 암각화에 새겼으며, 이는 길고 높은 암벽 자체를 신성한 장소로 여겼음을 보여준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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