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다한 항성의 잔해 백색왜성이 에너지를 뿜어내는 희한한 구조가 최근 연구 결과 드러났다. 백색왜성은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별의 사체로 여겨져 왔으나 일부에서 핵융합이 감지되는 등 예외 상황이 포착돼 왔다.

영국 워릭대학교와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낸 관측 보고서에서 일부 백색왜성은 특이한 구조 때문에 냉각이 지연돼 에너지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우주망원경이 2019년 포착한 백색왜성들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항성이 수명을 다한 잔해다. 항성은 수소의 원자핵이 핵융합해 헬륨으로 변환되면서 활활 타오른다. 다만 항성 중심부의 연료가 고갈되고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그때까지 중력에 의한 붕괴를 막아주던 에너지 또한 사라져 버린다.

백색왜성의 상상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중심부가 중력에 짓눌리는 한편, 바깥에서는 아직 핵융합이 일어나 그 에너지로 팽창한다. 그 결과 원래 반지름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부풀어 오른 것이 적색거성이다. 잔뜩 부푼 항성의 외층은 중력의 영향권에서 멀어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연료를 다 쓴 항성의 핵만 남는데, 이것이 백색왜성이다.

조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백색왜성은 대부분 활동을 마친 별의 마지막 단계로 생각됐지만 예외는 있었다"며 "가이아가 2019년 잡아낸 백색왜성은 수십억 년 전 이미 냉각을 멈췄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훨씬 더뎠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백색왜성이 식으면서 생기는 결정체에 주목했다. 결정은 밀도가 높은 액체 위에 뜨고, 액체는 아래로 이동한다. 이렇게 더 무거운 물질이 백색왜성 중심을 향해 가라앉으면서 중력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에너지가 열로 변환되면서 점점 차가워져야 할 백색왜성이 수십억 년에 걸쳐 에너지를 유지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백색왜성의 냉각이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 일반 백색왜성(왼쪽)과 달리 결정이 존재할 경우 냉각 속도가 늦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워릭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일부 백색왜성에 이런 결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별 자체의 조성이라고 봤다. 조사 관계자는 "별이 충돌해 백색왜성이 형성될 경우 원래 조성이 변하면서 결정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구조라면 백색왜성이라도 수십억 년 동안 보통 항성처럼 밝게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번 조사가 백색왜성이 차가울수록 오래된 것이 아니며, 미처 알지 못한 진화 프로세스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백색왜성 관측 시 온도로 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나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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