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동부의 고대도시이자 유명한 관광지 필리피(필리포이)에서 약 1800년 전 대리석을 깎아 만든 아폴로의 머리가 발굴됐다. 학자들은 아폴로 두상이 번성한 고대 도시 필리피의 광장 분수를 장식하는 데 사용됐다고 파악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UT 오스틴) 고고학자 나탈리아 풀로스 교수 연구팀은 고대 국가 마케도니아의 국제 도시 필리피 발굴 작업 중 월계관을 쓴 아폴로상의 머리 부분을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머리가 붙은 온전한 상태의 아폴로 조각상이 약 1800년 전 완성됐다고 추측했다. 뛰어난 세공 기술을 동원한 상당히 정교한 작품으로, 8~9세기경 로마제국이 필리피를 지배한 뒤에는 광장 분수를 장식한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정교하게 조각된 아폴로 조각상의 머리 <사진=그리스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나탈리아 교수는 “아폴로 두상은 고대 로마 군사도로 에그나티아 가도와 데쿠마누스 가도가 교차하는 필리피 동쪽 유적에서 나왔다”며 “이곳은 대리석으로 포장된 로마시대 도로가 이미 확인됐고 로마 90대 황제이자 마케도니아 왕조의 2대 황제 레온 6세 치세에 주조된 청동 동전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차로는 호화롭게 장식된 고대 로마시대 조각과 구조물이 이미 여럿 나왔다”며 “아폴로의 두상은 2022년 발굴된 헤라클레스 상, 지난해 나온 광장 분수 터와 깊이 연관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당초 헤라클레스 상이 분수의 웅장함을 더하기 위한 장식물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월계관을 쓴 아폴로 두상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광장 분수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을 가능성도 떠올렸다.

아폴로 두상이 나온 필리피 유적 <사진=그리스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나탈리아 교수는 “헤라클레스상과 마찬가지로 아폴로 역시 8~9세기 완성됐을 광장 분수를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독교가 국교가 된 로마제국의 식민지에 그리스 신화 속 신과 영웅의 조각상이 섰다는 것은 역사적, 문화적 융합을 상징하는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기원전 356년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가 만든 고대 도시 필리피는 에게 해에 접한 크레니데스에 자리한다.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로마인 특유의 도시 디자인이 돋보이며 특히 초기 기독교를 상징하는 건물이 여럿 존재한다.

필리피 유적에서 2023년 발굴된 헤라클레스 석상 일부 <사진=그리스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요한 군사 전초기지였던 필리피는 기원전 42년 로마제국의 옥타비아누스 및 안토니우스의 군대와 브루투스 및 카시우스 군대가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두 차례에 걸친 필리피 전투 이후 이곳은 로마의 식민지가 됐다.

로마의 식민지가 된 이후 필리피는 로마와 비잔티움을 연결하는 중요한 국제도시로 번영했다. 여기에는 극장부터 바실리카 양식의 사원, 광범위한 도로망과 수도망이 놓였고 세계 곳곳이 사람이 모여들면서 다양한 문화가 꽃을 피웠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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