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목성(Hot Jupiter) 'WASP-76b'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대기 현상 글로리(glory)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이한 조건에서만 발생하는 색색의 동심원 고리 글로리가 외계행성에서 확인된 전례가 없어 관심이 쏠렸다. 

유럽우주국(ESA)은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WASP-76b'의 표면에서 글로리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성과는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의 관측 과정에서 나왔다.

2013년 관측된 'WASP-76b'는 지구에서 물고기자리 방향으로 약 640광년 떨어졌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뜨거운 목성(공전 속도가 빠르고 항성으로부터 거리가 지구-태양의 1/10 이내인 거대 가스 외계행성)으로, 강철 비가 내리는 극단적 환경이 예상된다. 다만 관측 데이터를 현재 과학적으로 전부 해석하기 어려워 수수께끼가 많다.

키옵스와 허블, 테스,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토대로 제작된 뜨거운 목성 WASP-76b의 글로리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WASP-76b'의 의문점 중 하나인 터미네이터 존(terminator zone)의 반사광에 주목했다. 터미네이터 존이란 조석 고정에 의해 행성 표면에 형성되는 띠다. 'WASP-76b'의 터미네이터 존은 반사광이 비대칭인데, 이는 글로리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WASP-76b'의 낮과 밤 쪽에서는 1000℃ 이상의 기온차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낮 측에서 밤 측으로 향하는 맹렬한 대기의 흐름이 의심된다"며 "이 격렬한 기상 현상으로 낮에 증발한 금속 철이 대기의 흐름을 타고 터미네이터 존에서 얼어 강철 비가 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이한 것은 'WASP-76b'의 터미네이터 존의 밝기 차이"라며 "원래 터미네이터 존의 밝기는 어느 위치에서도 일관적이어야 하는데 'WASP-76b'는 동반구 터미네이터 존이 서반구보다 밝으며, 기존의 행성 대기 순환 모델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2018년 6월 3일 과달루페 섬 인근에 발생한 지구의 글로리. 인공위성이 촬영했다. <사진=NASA Earth Observatory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의문을 풀기 위해 ESA 및 스위스우주국(SSO)이 쏘아 올린 키옵스(CHEOPS)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키옵스는 2020년부터 3년간 23회에 걸쳐 'WASP-76b'를 관측했다. 연구팀은 허블 및 스피처, 테스 등 다른 우주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비교해 'WASP-76b'에서 비롯되는 반사광의 광학적 성질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이 천체의 동쪽 터미네이터 존에서는 국지적으로 빛이 증가하는 대기 현상이 파악됐다. 이런 광학적 현상은 지구에서도 일어나며, 글로리 또는 광륜이라고 칭한다. 글로리는 무지개색 원이 여럿 겹쳐 무지개와 비슷하지만 발생하는 원리가 다르다.

조사 관계자는 "글로리는 지금까지 지구와 금성에서 관측됐다. 우리 연구가 맞는다면, 'WASP-76b'는 글로리의 발생이 확인된 최초의 외계행성"이라며 "키옵스에 의한 'WASP-76b' 관측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 천체에서 글로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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