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초기에 존재한 두 초대질량 블랙홀이 하나로 결합하는 극적인 상황을 최신예 심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운용 주체 중 하나인 유럽우주국(ESA)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에 포착한 블랙홀은 역대 최대 규모도 아니고 가장 오래된 것도 아니지만 우주 초기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연구 가치가 충분하다고 ESA는 평가했다.

거대한 두 블랙홀은 은하계 ZS7에 위치한다. 이 은하계는 우주 초기, 즉 최초로 천체들의 형성이 시작된 시기부터 존재한 오래된 은하로 여겨진다.

ZS7 은하계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로 잡은 사진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 관계자는 "괴물 같은 한 쌍의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130억 광년 떨어져 있다"며 "빅뱅 이후 불과 7억4000만 년 뒤인 초기 우주에 등장한 두 블랙홀은 각각 태양을 5000만 개 합친 질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 초기의 블랙홀이 이 정도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우주 이론으로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며 "두 블랙홀의 존재 자체가 천문학자들에게 커다란 수수께끼"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하 중심부에는 질량이 태양의 수십만~수십억 배나 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한다. 블랙홀이 이 정도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는 주변 물질을 삼키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거대 블랙홀과 합체가 필수로 여겨진다.

하나로 합쳐지는 두 블랙홀의 상상도.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원래 블록홀은 항성이 생애 마지막에 폭발(초신성)하면서 만들어진다. 초대질량 블랙홀보다 훨씬 작은 항성질량 블랙홀은 주위에 떠도는 가스나 먼지, 천체를 끊임없이 삼키며 성장해 점점 덩치가 커진다.  

ZS7 은하계에서는 전부터 초대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시사하는 활동 은하핵이 관찰됐다. 은하 중심의 좁은 영역으로부터 전체를 웃돌 정도의 강력한 전자파를 방출하는 활동 은하핵의 막대한 에너지는 초대질량 블랙홀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ESA 관계자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탑재된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의 관측 과정에서 블랙홀 주위의 짙은 가스 구름의 움직임이 잡혔다"며 "이는 블랙홀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증거인데, 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옆의 또 다른 블랙홀과 합체 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ZS7 은하계 사진(왼쪽) 및 상단의 확대 이미지(가운데). 충돌하는 두 블랙홀의 전리수소 및 이중전리산소 복사(오른쪽)가 확인됐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는 두 블랙홀의 질량이 서로 비슷할 것으로 추측했다. 짙은 가스 구름에 묻혀 방사선을 명확하게 관측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충돌하는 블랙홀 영상을 확대한 결과 주황색 전리수소 및 암적색의 이중전리산소 복사가 관찰됐다.

ESA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블랙홀이 우주 초기 은하의 진화에 큰 영향을 줬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며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거대 천체가 충돌할 때 우주 공간에 퍼지는 중력파는 현재 검출이 어렵지만 2030년대 발사될 중력파 관측기 '리사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에 기대를 걸 만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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