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을 이용해 인간의 머리에 새로운 몸을 이식하는 기술이 독일에서 개발되고 있다. SF 영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 기술은 머리 외의 신체가 망가진 사람의 재생을 목적으로 한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리지(BrainBridge)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10년 내에 AI 로봇에 의한 전자동 몸통 이식 수술 기술을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신기술은 사람의 머리에 새로운 몸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브레인브리지를 설립한 예맨 출신 분자생물학자 겸 영화 프로듀서 하셈 알 가일리는 로봇에 의한 전자동 몸통 이식을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다.

난치병이나 전신마비를 가진 이들에게 새로운 몸을 이식하는 브레인브리지의 신기술 개념도 <사진=브레인브리지 공식 홈페이지>

하셈 알 가일리는 2022년 12월 아이를 대신 키우는 인공 자궁 콘셉트 영상 '엑토라이프'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엑토라이프'는 비록 허구지만 아이의 착상부터 출산까지 전과정을 기계가 대신하는 미래를 표현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마당에 유용한 기술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기계가 인간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상황이 소름 끼친다는 비판도 많았다.

'엑토라이프' 만큼이나 충격적인 브레인브리지의 이식 수술은 환자의 몸에서 머리를 순식간에 절단, 준비된 새 몸에 연결하는 개념이다. 불치병이나 심한 부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하셈 알 가일리는 "사실상 머리 외에 몸이 망가진 이식 희망자에게 멀쩡한 신체를 제공하는 수술"이라며 "이식 수술을 담당하는 것은 팔을 여러 개 장착한 AI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이식 희망자(오른쪽)와 몸통 기증자(왼쪽)의 머리와 몸을 순식간에 분리하는 AI 로봇 <사진=브레인브리지 공식 홈페이지>

그는 "고도로 발달된 AI 로봇은 혈관부터 신경, 근육 같은 중요한 기관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머리를 아주 정밀하게 절단한다"며 "뇌 기능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신속하게 새로운 몸의 척수와 신경, 혈관을 연결한다"고 덧붙였다.

브레인브리지는 잘린 신경세포를 붙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화학 접착제와 폴리에틸렌 글리콜을 쓸 계획이다. 고무 등의 용제로 활용되는 폴리에틸렌 글리콜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되는 중합체다.

회사는 '엑토라이프'와 마찬가지로 이번 기술을 설명한 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일부는 "근래 본 가장 재미있는 과학 기술"이라고 호평했고, 혹자는 "SF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미치광이의 망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하셈 알 가일리는 "신기술은 파격을 넘은 광기가 느껴지는 점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아이디어와 목적 자체는 어디까지나 정당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말기 암이나 전신마비, 난치성 신경변성질환은 극심한 고통과 절망을 준다"며 "우리 기술은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새로운 몸을 합법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인브리지의 신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첫 시험 수술은 8년 후로 예정됐다. 회사는 그로부터 2년 뒤 상용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인재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머리와 몸통의 교환을 꾀한 학자는 하셈 알 가일리가 처음은 아니다. 이탈리아 뇌과학자 세르지오 카나베로(60)는 학부 시절부터 머리 이식을 꿈꿨고, 교직생활을 하던 토리노대학교가 연구를 반대하자 1982년 아예 회사를 설립했다. 세르지오는 2013년 중국 하얼빈의과대학교 정형외과의사와 협력해 연구를 진행했고, 2017년 공동으로 뇌사한 시신을 이용한 세계 첫 머리 이식을 실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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