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냄새로 미리 알아차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글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와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과학적으로 볼 때 게시글의 내용은 과연 타당할까.
레딧에 최근 게시된 한 글은 비의 성분이 내는 냄새들을 후각으로 구분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글 작성자는 이런 유형의 사람은 외출 시 냄새만으로 우산을 챙길지 판단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비 자체는 여러 가지 냄새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페트리코(petrichor)다. 1964년 호주 광물학자 이사벨 조이 베어가 창조한 단어 페트리코는 비로 마른 흙이 젖을 때 나는 냄새의 총칭이다.
이사벨 조이 베어가 정의한 페트리코 냄새의 핵심 성분은 지오스민이다. 그는 여러 연구를 통해 페트리코의 주된 정체가 식물 유래의 기름과 땅속 세균이 만드는 지오스민이라고 추측했다. 흙 속에서 말라있던 식물 기름이 비가 내려 지표 위로 말려 올라가 내는 비 특유의 냄새 대부분이 지오스민이라는 이야기다.
2015년 한 연구에서는 빗방울이 지표면을 때리면 땅의 공기구멍을 통해 에어로졸(연무질)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어로졸은 기체 속에 액체 또는 고체의 미립자가 섞인 혼합물을 말한다. 즉, 다른 지역에서 내린 비로 발생한 온갖 종류의 페트리코가 에어로졸 형태로 바람을 타고 날아오고, 이를 후각으로 감지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일부 학자는 본다.
바람을 타고 날아와 비를 알리는 냄새에는 오존도 있다. 지구상의 생물을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지켜주는 오존은 흙냄새 계열인 페트리코와 달리 금속성 냄새를 풍긴다.
오존 분자는 공기 중의 전기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비가 오기 전 번개가 쳐 대기의 산소 분자(O₂)가 개개의 산소 원자(O)로 분해될 때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가 달라붙은 것이 오존(O₃)이다. 원래 오존은 '냄새가 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오제인(ozein)이 어원이다.
비 특유의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들도 있는데,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비 냄새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 지오스민이 사람은 물론 동물의 심적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2020년 나왔다.
지오스민은 흙에 사는 스트렙토미세스속 세균이 만들어낸다. 이 세균들은 포자를 널리 확산할 목적으로 곤충을 불러 모으는데, 이때 이용하는 것이 지오스민이다. 인간의 코는 지오스민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