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행성 파괴 무기 데스스타처럼 강력한 제트의 방향을 마음대로 바꾸는 블랙홀이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강력한 고에너지 입자 제트를 여러 방향으로 바꿔 방출하는 블랙홀이 특정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NASA가 운용하는 찬드라 X선 망원경 및 미국 뉴멕시코 주에 자리한 전파망원경 VLBA(Very Long Baseline Array)이 관측한 다양한 은하 및 은하단 관측 정보를 분석, 희한한 블랙홀들을 찾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블랙홀의 제트가 '스타워즈'의 데스스타처럼 천체를 파괴하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적어도 제트가 향하는 영역에서는 별 형성 활동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의 내뿜는 제트의 상상도. 일반적으로는 강착원반에 수직으로 분출된다고 여겨진다.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M.KORNMESSER>

이어 "이번에 관측된 16개 블랙홀 중 일부는 제트의 방향을 90° 가까이 바꾼 것도 있다"며 "3분의 1은 과거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제트를 방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방출하는 제트의 방향과 그 근처에 있는 성간 가스에 구멍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이뤄졌다. 성간 가스의 구멍은 블랙홀 제트가 닿은 곳으로 생각돼 왔다. 즉 제트의 방향과 성간 가스 구멍의 위치를 대조하면 제트의 방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조사 관계자는 "이러한 제트의 방향 전환은 백만~수천만 년이라는 유구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며 "인간에게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지만 100억 년 전부터 존재해 온 블랙홀에게는 민첩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찬드라 X선 망원경 및 VLBA로 관찰한 16개 초대질량 블랙홀. 제트의 방향을 90°가량 바꾸는 블랙홀이 확인됐다. <사진=미국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공식 홈페이지>

제트는 초대질량 블랙홀 주위를 원반처럼 둘러싼 강착원반이 강력한 중력에 삼켜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강착원반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점점 블랙홀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는데, 일부는 강한 자기장에 의해 광속 가까이 가속돼 제트로 방출된다.

만약 블랙홀의 제트가 주변 은하의 뜨거운 가스에 닿으면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가스가 식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처럼 가스의 냉각을 방해하는 제트는 닿은 영역에 있는 별을 파괴하지는 못해도 새로운 별의 탄생은 방해한다고 추측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초대질량 블랙홀이 제트의 방향을 바꾸는 메커니즘을 규명할 열쇠일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학자들은 제트가 대개 블랙홀 회전축을 따라 위아래로 분출되지만, 강착원반의 물질이 반드시 원반과 평행하게 낙하하지 않기 때문에 제트의 방향이 바뀐다고 생각해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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