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을 상징하는 거대한 대적반(great red spot, 대적점)은 1600년대 발견된 영구 반점(permanent spot)과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스크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측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일부 학자들은 목성 표면의 대적반은 프랑스 천문학자 조반니 카시니가 1665년 첫 관측한 영구 반점이 현재에 이른 것으로 여겨왔다.
연구팀은 17세기부터 현재까지 쌓인 방대한 목성 관측 기록을 면밀히 분석했다. 여기에 슈퍼컴퓨터를 동원한 목성의 대기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지금의 대적반은 카시니가 포착한 영구 반점과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태양계 최대 행성 목성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구름으로 구성된 크고 작은 다양한 폭풍이 빈발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남반구의 대적반이다. 이 거대한 폭풍은 약간 타원형이며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아직 지름 약 1만4000㎞다. 지름이 약 1만2742㎞인 지구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이 영역은 초속 최소 125m의 폭풍이 계속 몰아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 풍속은 지구에서도 어쩌다 발생하는 초강력 토네이도의 순간 최대 풍속과 맞먹는다.
조사 관계자는 "목성 대적반과 영구 반점의 연관성은 사실 비과학적 측면에서 제기된 면도 있다"며 "1711년 천문학자의 조언을 받아 완성된 화가의 그림에서 영구 반점이 붉은색인데, 이를 본 일부 학자들이 영구 반점이 지금의 대적반이라고 추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구 반점의 관측 기록은 1713년 끊겼고, 1831년 다음 관측이 있기까지 무려 118년 공백이 있다"며 "이 기간에도 목성은 계속 관측됐다는 점에서 영구 반점은 무려 1세기 이상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못 끌었다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목성 대적반의 나이를 밝히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우선 1665년 스케치부터 2023년 디지털 영상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영구 반점 및 대적반 관측 기록을 살폈다. 이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Juno)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마레노스트럼(MareNostrum)을 이용한 목성 대기의 폭풍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조사 관계자는 "목성 관측 기록을 보면, 1831년부터 계속해서 관측되는 대적반은 꾸준히 작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컨대 1879년 카메라로 처음 촬영된 대적반은 매우 가늘고 긴 타원형이며, 지름은 약 3만900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목성 대적반은 1879년 것과 비교해 진원에 가까운 타원형으로 직경도 약 1만4000㎞로 상당히 작아졌다"며 "1831년 관측된 것은 탄생 직후의 대적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1665년부터 존재한 영구 반점과는 별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주장이 맞는다면 목성 대적반의 나이는 적어도 193세가 된다. 학계는 이번 조사가 발생 원인 등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는 목성 대적반의 비밀 하나를 풀었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