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한 '슬림(SLIM)' 탐사선의 임무가 사실상 종료됐다. 역사적인 달 착륙으로부터 약 5개월 만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8일 공식 X를 통해 열도 최초의 달 착륙 기록을 세운 '슬림'이 지상 운용팀과 통신을 재개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천체에 대한 탐사 장비의 핀포인트 착륙(pinpoint landing)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개발된 '슬림'은 지난 1월 20일 달에 안착했다. 지난해 일본 민간 우주개발 업체 아이스페이스(iSpace)의 '시리즈(Series)1호'가 달 착륙 직전 추락하면서 실의에 빠진 열도는 세계 다섯 번째 달에 탐사 장비를 보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타카라토미의 소형 달 탐사 로봇 소라큐(SORA-Q)가 사출 뒤 촬영한 슬림 탐사선. 2단계 착륙 기술을 이용해 거꾸로 접지했다. <사진=JAXA·타카라토미 공식 X>

'슬림'의 통신이 5개월 만에 끊긴 이유는 전력 부족으로 분석된다. '슬림'은 핀포인트 착륙 기술 실증을 위한 기체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달의 밤에는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더욱이 착륙 당시 충전 패널이 태양 쪽으로 향하지 않아 JAXA가 당분간 전력을 차단하기도 했다.

달의 온도는 낮에는 100℃ 이상 오르지만 밤에는 영하 130℃까지 떨어진다. 2주간 지속되는 달의 밤 시기 달의 온도는 영하 170℃까지 내려간다. 이런 극단적인 온도 변화에 기본적인 예비전력 설계만 적용한 '슬림'이 버틸 리 만무하다.

JAXA에 따르면, 지상 운용팀은 지난달 말 네 번째 달의 밤에 대비하도록 '슬림'에 명령어를 전송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이달에는 최근 이어진 대규모 태양 플레어의 영향을 고려해 새로운 명령어를 보냈지만 역시 '슬림'은 반응하지 않았다.

일본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한 슬림 탐사선 <사진=JAXA 공식 홈페이지>

JAXA 관계자는 "유감이지만 향후 '슬림'이 운용팀과 소통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며 "'슬림'은 가혹한 저온 환경에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세 차례나 달의 밤을 넘기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전했다.

'슬림'은 동체에 탑재한 분광 카메라로 달 표면을 관측하고 사진을 운용팀에 전송하는 등 발사 전 계획한 미션을 여럿 완수했다. JAXA는 '슬림'이 세 번째 달의 밤을 버틴 상황에서 모든 임무를 완료한 것으로 자체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