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야생 곰의 민간인 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곰의 일격이 주는 충격을 해설한 전문가 분석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나라는 야생 곰의 습격이 드물지만 지난해 한국인이 일본 관광 중 곰의 공격을 받으며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아키타대학교병원 센터장 나카에 하지메(61) 박사(외과)는 하호쿠신포(하북신보)와 최근 인터뷰에서 야생 곰의 일격이 자동차 충돌사고에 필적하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카에 박사가 공개한 사진은 충격 자체다. 곰의 앞발에 맞은 사람은 코와 광대뼈가 형편없이 주저앉고 안구가 파열되는 등 치명상을 입었다. 마치 대형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과 비슷하다.
나카에 박사는 "곰의 앞발 공격을 정통으로 받으면 얼굴뼈가 산산조각난다"며 "최근 곰이 시가지까지 출몰하는 상황에서 자칫 공격에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야생 곰의 위협은 이미 현실이 됐다"며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곰 습격 피해자가 나온 아키타현의 사례만 보더라도 일격에 얼굴과 머리에 치명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야생 곰은 주로 앞발을 휘둘러 물리적인 타격을 입힌다. 이때 날카로운 발톱은 사람의 피부를 쉽게 찢어버린다. 곰의 튼튼한 송곳니 공격까지 받게 되면 교통사고로 심하게 찌그러진 차 내부와 다를 바 없는 부상을 입는다.
나카에 박사는 "부상자의 상처에서 부러진 발톱이 발견될 정도로 곰은 사력을 다해 공격한다"며 "아키타현의 사례 20명의 상처 부위는 얼굴이 90%, 머리가 60%이고 코나 뺨 등 얼굴뼈가 골절됐다"고 말했다.
박사는 "20명 중 3명은 안구가 파열됐고 현장에 떨어진 코를 수습해 다시 붙이기도 한다"며 "몸통까지 공격을 받아 기관이 손상될 경우 특히 위험하며, 즉시 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해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야생 곰은 주로 산에서 사람들을 공격했지만 요즘은 도시에도 출몰한다. 아키타현만 해도 최근 피해자 20명 중 시가지가 포함된 주민 생활권에서 70%가 공격을 받았다. 사고는 7~11월 집중됐고 10월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나카에 박사는 "부상을 입은 이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상처가 감염되고 심각한 골수염으로 악화한 사례도 확인된다"며 "실명, 후각 상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후유증도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야생 곰의 습격을 막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생 곰 출몰 경보가 내려지면 절대 산에 들어가지 말고, 곰과 마주하면 뒤를 돌아보고 도망치지 말고 되도록 머리를 지키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나카에 박사는 "바람직한 것은 얼굴을 전체적으로 감싸는 헬멧으로, 등산이나 농사 등 작업 중에도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경량·고강도 헬멧이 개발돼야 한다"며 "일단 땅에 엎드려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는 자세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야생 곰의 습격을 받은 사람은 전국적으로 약 220명에 달했다. 올해도 피해가 이어지자 일본 환경성은 반달곰 등을 관리 조수로 지정하고 포획을 허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