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왕도마뱀(Komodo Dragon)을 상징하는 톱날 모양의 이빨은 끝부분이 철로 코팅됐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육식공룡과 마찬가지로 먹이를 찢기 위해 굽은 톱 모양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 끝은 철분으로 코팅돼 있다고 전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코모도왕도마뱀은 세계 최대의 도마뱀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개체는 몸길이가 3.13m, 체중은 166㎏이다. 이들은 주로 멧돼지나 사슴 등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며, 날카로우면서도 먹이의 살갗을 쉽게 찢어발기는 톱날 같은 이빨을 가졌다.

톱날 모양의 코모도왕도마뱀 이빨. 철로 코팅된 부분은 주황색을 띤다. <사진=KCL·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먹이 활동에 특화된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에 주목한 연구팀은 런던동물원이 사육하던 가나스(Ganas)라는 이름의 개체를 조사했다. 가나스는 치료가 불가능한 변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지난해 2월 안락사됐고 사체는 과학적 분석을 위해 냉동 보존돼 왔다.

가나스의 이빨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한눈에도 구부러진 치아의 끝부분이 날카로운 톱처럼 생긴 것을 확인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톱날 부분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연구팀은 분광법을 사용해 코모도왕도마뱀의 치아 화학 조성을 분석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 끝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사진. 톱날을 닮은 끝부분의 주황색이 선명하다. <사진=KCL·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그 결과 톱 모양을 따라 주황색이 도는 것은 이 영역에 철분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모도왕도마뱀 외에 왕도마뱀이나 악어도 치아에 철분이 들었지만 이렇게 주황색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는 아니다.

KCL 애런 르블랑 박사는 "톱 모양으로 된 부분을 코팅하도록 철분이 응집된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며 "이 코팅 층으로 인해 이빨 끝이 아주 날카롭게 유지되므로 코모도왕도마뱀은 사냥감의 살을 빠르게 찢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최대 3m 넘게 자란다. <사진=pixabay>

이어 "육식공룡의 이빨이 코모도왕도마뱀과 유사성이 많다는 점에서 공룡들의 치아 역시 철로 코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기술로는 화석만 남은 공룡 이빨이 철분을 포함했는지 판별하기 어렵지만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육식공룡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치아를 날카롭게 유지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만약 철 코팅 흔적이 남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 화석이 나온다면 육식공룡이 그간의 상상보다 훨씬 강하고 거침없는 포식자임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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