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전 발견된 이라크 시파르의 고대 점토판 속 쐐기문자(설형문자)가 학자들의 노력으로 해독됐다. 약 4000년 전 만들어진 이 점토판은 월식에 따른 왕의 죽음 및 국가의 파멸에 관한 섬뜩한 문장을 담았다.

영국 런던대학교 바빌로니아어 전문가 앤드루 조지 명예교수와 바빌로니아 문화학자 타니구치 준코 연구원은 국제 설형문자 학술지 'Journal of Cuneiform Studies' 최신호에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두 사람이 해독한 점토판은 4개의 조각으로 구성된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쐐기문자도 선명하게 남았는데 그간 해독이 이뤄지지 않아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이번에 확인된 문장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달이 밤하늘에서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면 왕이 죽고 엘람 왕국이 멸망한다.
-월식이 남쪽에서 시작돼 달이 다시 밝아지면 수바르투와 아카드가 멸망한다.
-저녁 무렵 월식은 역병의 전조다. 모든 나라를 덮치는 치명적인 역병이 시작된다.

약 100년 전 이라크 시파르 유적에서 발굴된 고대 점토판 <사진=대영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앤드루 교수는 "점토판 4개는 1892~1914년 시차를 두고 대영박물관 전시물이 되면서 학자들이 열람할 수 있게 됐지만, 고대 바빌로니아어로 된 문장은 완전한 번역은 무리라고 여겨졌다"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해독한 점토판의 내용은 의외로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교수에 따르면, 일부 고대 문명에서 월식은 떼죽음이나 멸망을 가져오는 파멸의 징후로 생각됐다. 이번 점토판은 고대 바빌로니아 중기에서 후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물 중 월식의 전조에 대해 기록한 것으로는 가장 오래됐다.

앤드루 교수는 "새겨진 문장은 메소포타미아 남부 사람들이 행하던 별점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달이 다 가려지는 개기월식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분월식이다. 일식은 주기나 시기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고대 점성술사들에게 요긴한 천문 이벤트였다"고 설명했다.

달의 변화는 고대인에게 중요한 천문 현상이었고 예언이나 별점과도 깊이 관련됐다. <사진=pixabay>

이어 "이러한 전조가 후세를 위해 쐐기문자로 기록됐다는 사실은, 바빌로니아나 사회에서 월식이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는지 보여준다"며 "특정 지역과 개인, 국가의 파멸에 관한 문장들은 천문 현상에 대한 고대인의 공포심이 얼마나 컸는지 알게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일부 전조의 기원은 실제 체험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즉 월식 후 대참사가 실제로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고대인들은 하늘과 별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특정 사건과 천문 현상을 점점 연관 지었다고 추측했다. 

타니구치 연구원은 "고대 문화에서 개기월식은 큰 전쟁을 의미하고 단시간에 끝나는 월식은 흉작의 전조였다"며 "바빌로니아 제국이 건설된 것은 기원전 2000년 초로, 이 점토판이 새겨질 당시 절대적인 세력을 자랑했지만 자연 현상에는 연약한 존재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