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간부가 비밀리에 군함에 비인가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발각돼 군복을 벗은 사실이 뒤늦게 발표됐다. 군함 승조원들은 사이버 공격을 피하고 해상 작전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적 인터넷 접속이 엄격히 제한된다.

미국 네이비타임스는 최근 기사를 통해 미 해군 경순양함 USS 맨체스터의 간부들이 함상에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목적으로 몰래 스타링크(STARLINK) 안테나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53)가 이끄는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가 구축하고 있는 지구 저궤도 위성 통신망이다.

신문에 따르면, USS 맨체스터 호의 그리셀 머레로 상사는 2023년 초 스타링크를 함정에 설치했다. 항해 중 인터넷을 즐기기 위해 USS 맨체스터에 와이파이 장비를 몰래 들일 계획을 지휘부 인사 일부에 건의했고, 간부 최소 15명이 관여했다.

간부들이 모의해 비인가 와이파이 장비를 들인 USS 맨체스터 <사진=미 국방부>

머레로 수석 등은 함내 와이파이 네트워크 명(SSID)을 스팅키(STINKY)로 정했다. 스타링크의 철자를 교묘하게 변조했다. 이들은 비밀 와이파이 망을 통해 항해 중 인터넷을 사용하고 스포츠 중계를 보기도 했다. 전파 수신이 원활하지 않자 하와이 정박 중에 라우터와 케이블을 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위험천만한 비인가 와이파이 시스템은 얼마 안 가 승조원들의 의심을 샀다. 일부 간부는 수상한 네트워크를 감지하고 머레로를 추궁했지만 그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심지어 승조원들이 함내에서 수수께끼의 네트워크 신호가 잡힌다며 함장에 보낸 건의 글을 삭제했다.

USS 맨체스터에 설치된 와이파이 망은 민간 기술자가 발견했다. 지난달 18일 스페이스X의 정부 전용 위성 네트워크 스타실드를 설치하던 민간 기술자는 USS 맨체스터 갑판에 미세하게 노출된 비인가 스타링크 안테나를 눈치챘다.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전용 안테나. 이미지는 민간 전용이다. <사진=스타링크 공식 홈페이지>

해군에 의한 정식 조사에서 꼬리가 밟힌 머레로는 결국 해임됐고 군사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의 의견에 동조해 몰래 비인가 와이파이를 사용한 함정 간부들도 전원 처분을 받게 됐다.

이번 소동으로 미군이 활용하는 군용 인터넷 장비에도 관심이 쏠렸다. 미 해군은 스페이스X가 보안을 강화한 군용 스타링크 장비를 함정에 설치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