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다루다 손을 베는 경험은 누구나 익숙한데, 최신 연구에서는 손가락에 자상을 내기 가장 쉬운 종이의 두께가 판명돼 눈길을 끈다.
덴마크공과대학교(TUD) 물리학 연구팀은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절삭력이 극대화되는 종이의 두께가 65마이크로미터(㎛), 즉 0.065㎜라고 밝혔다. 사무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A4 용지의 두께는 약 0.09㎜다.
인쇄업이나 사무직 등 종이를 자주 다루는 사람 중에는 의외로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자잘한 상처를 방치했다가 괴사성 근막염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사람의 피부를 베기 딱 좋은 종이 두께를 특정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을 주도한 카레 젠센 연구원은 "종이는 각종 정보를 담아 보존하기 위해 1000년 이상 인류와 함께 해왔다"며 "이처럼 종이는 문명의 중심이 돼 왔는데도 연조직을 가르는 물리적인 메커니즘은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얇디얇은 종이에 손가락을 베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진짜 피부를 모방한 탄도 젤라틴을 준비하고 여러 종류의 종이로 자상을 냈다. 그 결과 너무 얇은 종이는 휘어지기 때문에 상처를 내기 어렵고, 너무 두꺼운 종이는 젤라틴을 자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신문이나 도트 매트릭스 방식의 프린트 용지처럼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종이가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부적으로 가장 자상을 내기 알맞은 종이의 두께는 50~100㎛였고(0.05~0.1㎜) 가장 예리한 절삭력을 보이는 종이 두께는 65㎛였다.
카레 젠센 연구원은 "저명한 과학지 네이처나 사이언스는 공교롭게도 피부 절삭력이 좋은 두께"라며 "종이를 다루는 사용자의 습관이나 손놀림 역시 부상이 얼마나 발생하느냐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부상을 피하는 종이 사용법을 고안할 예정인 연구팀은 종이 특유의 절삭력을 응용한 제품 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절삭력이 우수한 이면지를 이용한 칼 페이퍼마체테(Papermachete)를 선보였다.
카레 젠센 연구원은 "이미 사용한 프린터 용지로 만든 페이퍼마체테는 채소와 과일, 닭고기를 자를 정도로 실용적"이라며 "페이퍼마체테를 만드는 방법은 갖가지 오픈소스를 공유하는 깃허브(GitHub)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