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성체가 다른 종의 새끼와 유유히 헤엄치는 상황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다른 종의 고래가 같은 경로를 이동하는 것은 극히 드물어 새끼 고래가 입양된 것으로 추측했다.
호주 에스페란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제스 월링은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역 신문에 난 고래 사진을 소개했다. 지난달 1일 제스 월링이 직접 촬영한 사진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고래 성체와 새끼가 담겼다.
에스페란스 앞바다에서 바다 풍경을 담던 제스 월링은 고래 어미와 새끼가 사람처럼 꼭 붙어 헤엄치는 상황을 촬영했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본 제스 월링은 성체와 새끼의 생김새가 다른 점에 주목했다. 대충 봐도 새끼 쪽의 지느러미가 훨씬 긴 점에서 서로 다른 종이라고 직감했다.
지인에 도움 청한 그는 성체가 남방긴수염고래, 새끼가 혹등고래임을 확인했다. 사진을 접한 동물학자들은 종이 다른 고래가 함께 헤엄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한 동물행동전문가는 “다른 종이 같은 경로로 천천히 헤엄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드물며, 성체와 새끼라면 더욱 희한한 일”이라며 “남방긴수염고래가 혹등고래 새끼를 입양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혹등고래는 대개 적어도 생후 1년이 지날 때까지 어미와 함께 지낸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어미와 어떤 이유로 떨어져 외톨이가 된 새끼 혹등고래가 비슷한 크기의 대체 어미를 찾다 남방긴수염고래 성체를 발견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번 경우와 같이 서로 종이 다른 동물이 동행하거나 함께 사는 경우는 간혹 관찰된다. 상어도 상대하기 버거운 해양생태계 최고의 포식자 범고래들도 종이 다른 새끼 고래나 무리와 유대를 쌓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어린 자식을 잃은 어미가 가족으로부터 떨어지거나 홀로 남은 새끼를 종과 관련 없이 거두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밀림을 호령하는 호랑이가 좋은 먹잇감인 누 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하는 상황이 포착된 적도 있다.
동물행동전문가는 “개나 고양이, 오리 등 다양한 동물 어미들이 간혹 다른 종의 새끼를 거둬 키우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들도 사람처럼 깊은 모성애를 가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