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물고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크기를 인식하고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지 판단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거울 자아 인식(mirror self-recognition, MSR)은 고등 동물만 가능한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
일본 오사카공립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1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청소놀래기의 일종인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가 거울 자아 인식 능력을 이용해 적과 싸움을 결정한다고 전했다.
오사카공립대 생물학자 코우다 마사노리 교수는 지난해 2월 청줄청소놀래기가 사진 속 자기 얼굴을 분명히 알아본다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침팬지나 돌고래, 코끼리 등 영리한 동물만 가졌다는 거울 자아 인식을 해수어도 지녔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이 대학 코바야시 타이가 연구원은 코우다 교수의 지도하에 청줄청소놀래기의 거울 자아 인식 능력을 좀 더 파고들었다. 개나 고양이조차 완전히 증명되지 않은 고도의 인식 능력을 청줄청소놀래기가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우선 아직 거울을 본 적이 없는 청줄청소놀래기에 동료의 사진을 2장 보여줬다. 한 장은 자기보다 덩치가 10% 작고, 다른 한 장은 10% 큰 개체를 각각 담았다.
청줄청소놀래기는 영역 의식이 강한 해수어답게 사진 구분 없이 모두 격렬하게 달려들었다. 이후 연구팀은 이 청줄청소놀래기 앞에 거울을 댄 뒤 거기 비친 개체가 자신임을 학습시켰다. 이후 이전 사진을 보여주자 청줄청소놀래기는 덩치가 작은 개체에는 달려든 반면, 큰 물고기 사진을 보고는 슬금슬금 피했다.
코바야시 타이가 연구원은 "거울을 보고 자신의 덩치를 난생처음 알게 된 청줄청소놀래기는 더 큰 개체에게는 덤비지 않았다"며 "즉 거울로 배운 자신의 몸 크기를 바탕으로 공격을 가할 상대를 선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험에서 청줄청소놀래기가 보여준 능력은 그야말로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라며 "동물의 지능을 논할 때 흔히 '물고기 따위가?'라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고도의 판단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태평양이나 인도양에 서식하는 청줄청소놀래기는 몸길이 약 10㎝의 작은 해수어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가져 전부터 연구가 활발하다. 다른 물고기의 몸에 들러붙은 기생충이나 죽은 피부 조직을 먹어치우는 청줄청소놀래기는 강한 자제심을 가져 눈앞의 먹이에 매달리지 않고 필요하면 꾹 참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동물의 거울 자아 인식 능력이 생각 이상으로 인간의 수준에 근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향후 연구를 통해 동물의 자아 인식 능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게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