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에도 한때 토성 같은 고리가 있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는 토성과 목성, 천왕성, 해왕성에 고리가 달렸는데, 토성이 가장 또렷하고 화려하다. 

호주 모내시대학교 행성과학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4억8830만 년에서 4억4370만 년 전 지구에 고리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이 특정한 시기는 대멸종이 벌어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오르도비스기는 지구상 생물의 다양성이 크게 대두된 시기다. 앵무조개 등 연체동물과 삼엽충 같은 절지동물, 턱을 가진 어류가 이때 등장했다. 이 시기 지구 온도가 무려 7℃ 떨어지는 한랭화가 일어났고, 후반기에는 대멸종이 발생했다.

지구도 한때 토성처럼 고리를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Oliver Hull>

연구팀이 이 극적인 시기에 지구의 고리를 떠올린 이유는 운석이다. 모내시대 행성과학자 앤드루 톰킨스 교수는 "오르도비스기에 유독 운석 충돌이 급증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며 "이때 지구에 충돌한 것으로 생각되는 분화구 21개를 집중 분석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그 결과 21개의 분화구 흔적 모두 적도에서 위도 30° 이내의 대륙에 충돌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당시 지구상의 대륙 30%가 적도에서 위도 30° 이내에 위치했는데, 나머지 70%의 대륙에는 운석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3면의 주사위를 21회 흔들어 모두 같은 면이 나올 정도의 통계학적 치우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운석 충돌의 급증, 통계학적 치우침, 지구의 급격한 온도 강하를 동시에 설명할 가설이 소행성 잔해로 구성된 지구의 고리라는 입장이다. 대략 4억6600만 년 전 큰 소행성이 지구에 너무 접근해 로슈 한계를 넘었고 조석력에 의해 박살이 나면서 고리가 됐다는 게 연구팀 생각이다.

고리를 가진 행성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토성. 고리의 생성 과정이나 소멸 시기 등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앤드루 교수는 "이 시기 퇴적암 층에 매우 많은 운석 파편이 포함된 점은 수백~수천만 년 동안 고리의 일부가 서서히 지구로 떨어지면서 운석이 급증했음을 시사한다"며 "미지의 고리는 단순히 지구에 운석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태양광을 차단, 지구 표면에 그림자를 드리워 심각한 한랭화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구 주위에 고리가 생기면서 한랭화가 발생했다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이를 이용한 뜨거운 행성의 테라포밍도 가능할 것"이라며 "일정 크기의 소행성을 금성 궤도에 붙일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공적으로 고리를 만들고 금성을 냉각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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