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이 몸집이 작은 개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죽는 이유는 뭘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2년 세계에서 가장 큰 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개 제우스의 사연을 21일 전하고 대형견의 수명에 관한 수의사들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했다.
미국 텍사스 거주자 브리트니 데이비스 씨의 반려견 제우스는 덩치가 크기로 유명한 그레이트 데인 종이다. 네 발로 섰을 때 어깨까지 체고가 1046㎝인 제우스는 2022년 3월 세계에서 가장 키 큰 개로 기록됐다. 제우스는 체고도 높았지만 뒷다리를 지지하고 몸을 일으키면 주인보다 몸길이가 훨씬 길었다.
브리트니 씨는 어려서부터 커다란 개를 키우는 게 꿈이었지만 대형견이 암에 잘 걸린다는 사실은 몰랐다. 제우스는 2023년 다리뼈에서 암이 발견됐다. 커다란 몸은 금세 약해졌고 수술로 다리 하나를 절단했다. 몸은 계속 쇠약해져 불과 5살에 오연성 폐렴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대형견은 일찍 죽는 경향이 있다. 제우스가 죽고 최장신 개 타이틀을 얻은 같은 종 케빈도 올해 6월 3살에 병으로 죽었다. 아메리칸 켄넬 클럽(AKC)에 따르면 그레이트 데인의 평균 수명은 8~10년으로 치와와(14~16년) 등 소형견보다 훨씬 짧다. 성견 몸무게가 100㎏이나 되는 뉴펀들랜드의 수명도 9~10년이다. 미국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죽은 개의 통계를 낸 2019년 보고서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됐다.
대형견의 단명은 동물계 전체로 보면 아이러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수의학 연구팀에 따르면, 종을 넘어 동물 전반적으로 몸집이 크면 수명이 길고 작은 동물이 오래 살지 못한다. 이런 보편적인 법칙이 유독 개에서만 반대로 일어나는 셈이다.
개를 오래 연구한 학자들이 생각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하나는 건강이나 외모를 개선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무분별한 교배다. 현대 견종에서 근친 교배가 트렌드처럼 여겨지는데, 이는 오히려 다양한 질병에 취약한 개체가 태어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대형견의 빠른 성장 속도도 단명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제우스 같은 그레이트 데인은 갓 태어났을 때 다른 견종의 새끼만큼 작다. 대형견은 짧은 시간에 급격한 성장을 하는데, 이때 세포에 큰 부하가 걸린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세포가 분열할 때는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진다. 동시에 DNA를 손상시키는 산화물도 늘어난다. 즉 대형견은 커지기 위해 더 많은 세포 분열을 해야 하고, 이때 텔로미어의 손상 및 산화물에 의한 대미지가 세포에 축적된다.
또 다른 이유는 암 같은 질병이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수의사들은 개가 클수록 암으로 죽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참고로 사람 역시 키가 크면 암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 세포가 암에 걸릴 확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몸이 크면 세포 수도 늘어 발병 가능성도 커진다. 개들은 몸집이 커지도록 200년 전부터 계속 품종 개량이 이뤄졌다. 대형견들이 암에 대한 방어력을 갖도록 진화하기에 200년이 짧다는 게 수의사들의 견해다.
개의 몸집이 견종에 따라 다른 것은 유전자의 변화가 큰 원인이다. 특히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IGF-1)의 역할이 크다. IGF-1의 변화를 임의로 제한한 쥐가 장수한다는 연구 논문은 2018년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대형견의 경우 IGF-1의 과도한 기능이 빠른 노화와 관련됐다고 볼 수 있다.
브리트니 씨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인터뷰에서 개의 몸집이 크면 치료를 받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병에 걸리든 거대한 제우스를 받아줄 수의사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큰 개가 드문 관계로 진찰한 수의사가 적은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