쏨뱅이목 해수어 성대(sea robin)의 독특한 지느러미는 해저를 걷는 다리 역할은 물론 촉각과 미각까지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연근해에도 분포하는 성대는 한눈에 띄는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외에 다리 같은 별도의 지느러미를 가졌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수생생물학자 니콜라스 벨로노 교수 연구팀은 6개의 다리처럼 발달시킨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바다 밑을 걷거나 굴을 파는 성대의 최신 생태 보고서를 지난달 말 공개했다.

성대 종류는 가변익 항공기처럼 몸통에 숨겼다 펼치는 부채 모양의 가슴지느러미가 굉장히 화려하다. 성대는 이와 별도로 좌우 3개씩 총 6개의 다리 같은 가슴지느러미를 별도로 진화시켰고, 이를 이용해 갑각류처럼 해저를 걸어 다닐 수 있다.

성대의 특징인 크고 화려한 한 쌍의 가슴지느러미. 아래에서 보면 그 앞쪽으로 3개의 다리처럼 보이는 가슴지느러미가 또 존재한다. 이는 적응 진화의 결과물로 생각된다. <사진=pixabay>

니콜라스 교수는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에서 우연히 성대를 목격했는데, 모래에 파묻힌 먹이를 잘 찾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성대의 다리형 가슴지느러미의 기능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해저의 모래에 숨은 먹잇감을 찾아내고, 맛을 분별하는 등 촉각과 미각 기관으로 활용되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게나 가재의 다리처럼 진화한 성대의 가슴지느러미를 자세히 보면 무수한 감각수용기가 두르고 있다"며 "감각수용기는 촉감을 느끼는 신경세포에 연결되고 미각수용체까지 갖춰 성대는 촉각과 미각을 각각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성대의 다리형 가슴지느러미는 바닥을 파지 않을 때 미각 기관, 바닥을 팔 때는 촉각 기관으로 활용된다. 다른 물고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 기관은 성대가 여러 차례 독자적인 진화를 거쳤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성대가 다리형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미각과 촉각을 느끼는 메커니즘. 해저 바닥을 팔 때와 파지 않을 때 각각 미각, 촉각 기관으로 활용한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공식 홈페이지>

니콜라스 교수는 "성대의 다리형 가슴지느러미가 촉각과 미각을 느끼는 비결은 tbx3a라는 유전자 전사인자(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였다"며 "tbx3a는 성대의 다리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전사인자로,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팔다리 발달에도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성대의 혁신적인 다리는 새로운 진화를 통해 얻은 최첨단 기관으로 여겨지지만 tbx3a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한 전사인자"라며 "원래 생물의 진화는 오래된 유전자나 구성요소를 이용한다. 성대 역시 전부터 갖고 있던 유전적 메커니즘을 능숙하게 활용해 다목적 기관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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