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 뇌파를 읽어들이는 실험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 모자는 고양이를 지극히 좋아하는 학자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팀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뇌파를 측정해 통증의 원인을 분석하는 니트 모자 실험이 현재 순조롭다고 발표했다.
양모로 짜 착용감이 좋은 이 모자는 몬트리올대 연구팀이 지난 8월 개발했다. 길고양이를 발견한 연구팀은 피(Fée)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보살폈는데, 변형성 관절염 때문에 다리를 절뚝이는 것이 안쓰러워 통증을 찾기 위한 장치를 고안했다.
이렇게 탄생한 니트 모자의 안쪽에는 전극이 들어가 있다. 모자는 고양이의 뇌파를 시시각각으로 측정하고, 연구팀은 이를 분석해 만성 통증의 원인을 찾고 있다.
몬트리올대 엘레오노르 델사르 연구원은 "전극으로 고양이 뇌파를 스캔해 만성 통증을 알아보는 패치는 이미 개발됐다"며 "다만 고양이들이 워낙 제멋대로라 패치를 떼어내거나 배선을 물어뜯어 좀처럼 검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니트 모자의 유일한 문제는 이조차 쓰기 싫어하는 고양이가 있다는 점"이라며 "몸에 부착하는 패치나 주사로 피하에 삽입하는 캡슐보다는 효율이 훨씬 좋다"고 소개했다.
패치를 뜯어내거나 사납게 구는 고양이들의 뇌를 스캔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진정제가 사용된다. 다만 이 경우 평소 뇌의 기능을 알아보기 어렵고 뭣보다 약물이 고양이에게 부담을 준다.
현재 연구팀은 니트 모자를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길고양이 11마리에 씌우고 뇌파를 분석하고 있다. 델사르 연구원은 "우리 실험은 통증이나 스트레스를 검사하는 것만은 아니다. 색이 도는 빛이나 향기 같은 자극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현재 민간 업체와 협력해 고양이 만성 통증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뇌파를 찾고 있다. 아울러 니트 모자의 효과가 확인되면 고양이는 물론 개 등 반려동물과 소, 돼지 등 가축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