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약 700광년 떨어진 변광성 쌍성계 물병자리 R(R Aquarii)을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했다. 물병자리 R은 변광성과 백색왜성이 44년 주기로 서로를 도는 독특한 쌍성계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변광성 쌍성계 물병자리 R의 장대한 이미지를 소개했다. NASA는 30년 넘는 실적을 자랑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이번에야말로 정말 대단한 것을 담아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명한 성운과 가스 필라멘트가 소용돌이치는 물병자리 R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NASA는 "항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비틀린 가스의 흐름으로 인해 이 영역은 마치 마구 물을 분사하는 스프링클러를 떠올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물병자리 R은 특수한 변광성 쌍성계로 유명하다. 쌍성을 구성하는 별 중 하나는 일생의 끝을 향해 가는 거대한 변광성으로 지름은 태양의 400배 이상이다. 비대한 초거성으로, 광도는 태양의 5000배 가까이 된다는 게 NASA 추측이다.
쌍성계의 다른 하나는 백색왜성이다. 이미 별의 일생을 마친 작고 밀도가 높은 중심핵이다. 변광성과 백색왜성이 결합한 쌍성계는 일반적으로 공생별로 알려져 있다.
NASA는 "변광성과 백색왜성은 서로 폭발성 관계"라며 "44년 공전주기 동안 백색왜성이 변광성에 근접하면 중력에 의해 수소가스를 빨아올리고, 이는 백색왜성 표면에 축적돼 마침내 자발적 핵융합을 일으켜 표면 전체가 거대한 수소폭탄처럼 폭발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련의 작용을 거쳐 마치 불에 타듯 빛나는 물질의 흐트러진 고리 구조가 형성된 것"이라며 "이번 이미지를 보면 천문학자들이 왜 물병자리 R을 은하계 제일의 망나니 별로 표현하는지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리구슬 안의 소용돌이를 닮은 물병자리 R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우주 공간을 채운 물질은 쌍성계 사방으로 약 4000억㎞ 이상 뻗어있다. 그 길이는 태양계 지름의 약 24배에 해당한다.
1990년 발사 이래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자세 제어에 필요한 자이로스코프가 계속 말썽이다. NASA는 새로운 명령어를 전송해 고장을 조정했지만 기체가 워낙 낡아 2030년대 이후에는 가동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