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자주 꾼다면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달 말 낸 실험 보고서에서 밤마다 악몽이 찾아오는 괴로운 일상을 피아노 음색이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악의 치유 효과에 주목한 연구팀은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단순하게 음악을 통한 치유 효과에 기대지 않고 악몽의 결말을 긍정적으로 바꿔 기억을 조작하는 이미지 요법과 피아노 소리를 결합했다.

실험 관계자는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많이 분포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최소 4%가 만성적인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며 "100% 악몽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지만 완화하는 방법은 얼마든 개발 가능하다"고 전했다.

악몽을 꾸는 인구는 전 세계 성인의 약 4%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진=pixabay>

지금까지 학자들이 만들어낸 악몽 완화법 중 널리 알려진 것은 이미지 리허설 요법(IRT)이다. 자주 꾸는 악몽의 결말을 긍정적인 결과로 바꾸고 이를 몇 번이고 반복해 환자의 기억에 새기는 수법이다.

다만 악몽을 꾸는 사람들이 모두 IRT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IRT에 피아노 음색을 조합했다. 이번 연구는 IRT에 음악을 결합해 악몽을 다른 내용으로 바꾸는 효과가 커지는지 살피는 것이 핵심이었다.

실험 관계자는 "우리가 떠올린 방법은 일종의 타깃 기억 재활성화"라며 "예컨대 냄새로 찬 방에서 어떤 체험을 하게 하고, 잠들어 있을 때 그 냄새를 다시 맡게 해 낮의 기억이 되살리는 요법으로 여러 감각기관을 사용해 기억을 향상해 악몽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게 우리 가설"이라고 말했다.

피아노 등 음악을 이용한 악몽 완화 시도는 전부터 이어져 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모으고 2주에 걸쳐 꿈을 기록하게 해 악몽 횟수를 파악했다. 이후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IRT를 실시했다. 이때 절반은 피아노 화음을 같이 듣게 했다. 연구팀은 이 그룹이 잠을 잘 때 헤드폰을 착용하게 하고 렘수면 상태가 될 때마다 10초간 피아노 화음을 재생했다.

실험 관계자는 "2주간 피아노 화음을 들은 피실험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2.94회 겪던 악몽이 0.19회까지 확 줄었고 꿈 내용도 즐거운 내용으로 바뀌었다"며 "피아노 화음을 듣지 않은 대조군은 평균 2.58회 겪던 악몽이 1.02회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음악과 IRT의 결합에 따른 악몽 완화 효과의 증진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실험을 3개월간 지속하자 두 그룹 모두 악몽을 꾸는 횟수가 다시 증가한 점에서 새로운 음악 테라피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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