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 사람들의 오래된 기록 이마고 문디(Imago Mundi)에 성서 속 노아의 방주와 흡사한 대목이 등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점토판으로 이뤄진 이마고 문디는 약 3000년 전 또는 2600년 전 만들어졌으며 고대 바빌로니아의 생활상을 담아 주목을 받아왔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마고 문디의 일부를 해독한 결과 성서에 담긴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흡사한 대홍수가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이마고 문디 점토판은 어른 손바닥 크기다.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가 그려졌는데, 자세히 보면 이중 원이 존재하고 쐐기문자로 '쓴 강(bitter river)'라고 적혀 있다. 점토판 뒷면에도 쐐기문자가 빼곡하게 들어갔다.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이마고 문디의 일부를 연구한 어빙 핀켈 박사 <사진=대영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를 주도한 어빙 핀켈 박사는 "이중 원 안쪽에는 메소포타미아를 나타내는 수역의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바빌론이 새겨졌다"며 "유프라테스강과 바빌론 자체를 포함한 몇몇 주요 도시 역시 경계 내에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알려진 세계의 너머에는 미지의 땅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삼각형이 들어갔다"며 "그 주위에 새겨진 비문은 태양이 결코 빛나지 않고 보석 같은 나무들이 자라며 날지 못하는 거대한 새들이 존재한다는 설명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박사는 특히 미지의 여행에 관한 기록에 주목했다. 문장 속에는 파르시크투(parsiktu)라는 거대한 배가 나오는데, 이를 바빌로니아 신들이 일으킨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현자 우트나피쉬팀이 건조했다는 대목은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고 박사는 강조했다.

이마고 문디의 분석에서 여러 고대 문명이 대홍수 같은 대형 이슈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사진=pixabay>

핀켈 박사는 "바빌로니아 신화의 우트나피쉬팀은 가족과 다양한 생물을 홍수로부터 구하기 위해 배를 건조한 인물"이라며 "이마고 문디의 비문에는 방주가 우라르투라는 산에 당도한 뒤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성서에서 노아의 방주가 홍수에서 살아남아 아라라트 산에 도달했다는 대목과 상당히 흡사하다"며 "아마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칭한 우라르투 산은 아라라트 산과 같다고 생각된다. 이는 서로 다른 문명 사이에서 대홍수의 기억이 공유되고 서로 영향을 줬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이마고 문디는 1882년 현재의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과거 바빌로니아의 도시 시파르에서 발굴됐다. 여기에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의 생활과 우주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겼다. 전문가들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문화와 신비를 파헤치기 위해 이마고 문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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