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스트레스는 집단 구성원 모두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이 조류 실험에서 확인됐다. 학계는 스트레스의 파급력이 의외로 강하며, 사회적 집단의 결속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생존에도 크게 관여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동물행물학 연구팀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사회 집단 내에 빠르게 퍼지며, 스트레스 요인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개체도 감염된다고 강조했다.

실험을 주도한 한야 브랜들 교수는 "동물의 서식지는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급속히 변화했고 동물이 직면하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사회적 환경에서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는 아무 이상이 없는 집단 내 개체에도 전염된다는 사실이 금화조 연구에서 드러났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참새목 조류 금화조 96마리를 모아 실험에 나섰다. 일부 금화조에 스트레스를 준 뒤 면밀히 관찰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와 직접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무리의 구성원 간 행동 및 상호작용의 변화를 분석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을 측정해 생리적 스트레스 수준을 정량화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직접 받지 않은 금화조도 스트레스를 경험한 동료들처럼 활동 수준이나 사회적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의 비율이 많은 그룹에서는 일반 개체 역시 행동의 변화가 뚜렷했다.

한야 브랜들 교수는 "우리 실험은 스트레스 반응이 개체를 넘어 사회 집단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스트레스를 경험한 개체가 많은 무리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고 전파도 빨랐다"고 말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 유지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pixabay>

이어 "이러한 변화 때문에 야생동물이 주위를 살피거나 이동하는 활동이 줄고, 그 결과 식량이나 물 등 필요한 자원을 찾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스트레스가 크게 전염된 무리에서는 개체 간의 사회적 결속력도 약화돼 집단 전체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집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일부 밝혔지만, 장기적인 영향이나 상세한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 스트레스가 어떻게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변화하는지 해명하는 것은 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과제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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