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질 경우 문어가 다음 지배자가 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오징어와 함께 두족류를 대표하는 문어는 뛰어난 지능은 물론 높은 수준의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스킬을 가진 수생생물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자 팀 쿨슨(56) 교수는 인류가 멸망한다면 문어가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문어는 쿨슨 교수 외에도 여러 학자가 인류를 대체할 지구의 지배자로 꼽은 바 있다.

팀 쿨슨 교수는 "문어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물건을 조종하며 탁월한 위장술을 가져 적절한 환경과 조건이 갖춰진다면 인류의 멸종 이후 문명을 창조할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사라진 지구는 문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이어 "문어는 복수의 뇌를 가졌고 8개의 다리를 자유롭게 조종한다. 문어들이 이미 해저도시를 구축했다는 학자들의 이야기가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니다"며 "특히 문어의 인지 기술이 영리한 동물들 중에서도 훌륭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의 지능은 생존 계획을 세우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 기술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야자열매 껍질을 깨고 그 아래로 숨거나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고 병뚜껑을 여는 등 여러 영리한 행동이 관찰되는 문어는 이 점에서 지능이 상당히 높다.

팀 쿨슨 교수는 "문어와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는 일반적으로 인지 기술이 뛰어난데, 그 배경에 있는 것은 먹이가 부족한 환경이었을지 모른다"며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어는 보다 강력한 뇌를 발달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뛰어난 지능과 탁월한 위장술을 지닌 문어는 외계 생명체 묘사에도 줄곧 응용돼 왔다. <사진=pixabay>

수명이 4~5년 정도로 짧은 문어는 몸과 지능의 발달이 상당히 빠르다. 개중에는 길이가 6m, 체중이 50㎏이나 되는 개체도 있다. 또한 문어는 골격이 없기 때문에 물속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 없지만 뭍에서 30분 정도 호흡할 수 있다. 심장 3개와 분산형 신경계, 뇌 9개를 가진 문어는 심해에서 연안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다.

팀 쿨슨 교수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위장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냥 능력은 문어가 가진 최고의 생존법"이라며 "문어는 이런 기술을 이용해 조개나 새우를 사냥하고 이따금 새마저 잡아먹는다"고 전했다.

그는 "동물 지능의 또 다른 지표는 사회를 만들고 살아가는 능력인데, 뜻밖에 이 점에서 문어는 낙제점"이라며 "문어는 사회성이 떨어져 주로 단독으로 행동하고 새끼를 돌보지도 않는다"고 언급했다.

문어는 사람의 상상 이상으로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한다. <사진=pixabay>

교수는 문어가 도구를 상당히 잘 만들기 때문에 인간이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듯이, 언젠가 육상에서 사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문어는 30분 이상 육지에서 살 수 없지만 수백만 년이 지나면 더 오래 활동 가능한 몸으로 진화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팀 쿨슨 교수는 "포유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문어는 경쟁 상대로서 과소평가돼 왔다. 문어의 수명이 짧지만 언젠가는 이마저 극복할지 모른다"며 "원래 진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약 5억 년 전 문어의 조상은 고둥 같은 생물의 껍데기에 들어가 살았지만 2억7500만년 전 조개껍데기를 버리고 오늘날의 형상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애초에 진화는 여러 변수에 좌우된다. 이 관점에서 모든 종에 차세대 지배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유인원이나 코끼리, 돌고래, 앵무새, 까마귀 등은 모두 똑똑하지만 지능, 적응력, 다양한 생존 전략 면에서 문어를 따를 동물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