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미지의 언어가 새겨진 수수께끼의 석판이 조지아에서 발굴됐다. 맷돌과 도자기 파편 등 관련 유물이 함께 나온 점에서 학자들은 후기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추측했다.

조지아 트빌리시주립의과대학교 라마즈 셴겔리아 교수 연구팀은 13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의문의 언어가 들어간 석판을 소개했다. 가로 약 20㎝, 세로 약 24㎝의 석판은 다공질 암석 현무암으로 확인됐다.

석판이 나온 곳은 조지아 드마니시 지역에 자리한 바슈플레미 호수 주변 유적이다. 분석 결과 모두 60개의 글자가 새겨졌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39개는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미지의 문자다.

조지아 바슈플레미 호수 유적에서 출토된 현무암 석판 <사진=라마즈 셴겔리아>

라마즈 교수는 "글자는 수평한 선 7줄을 따라 배치됐다"며 "일부는 몇 번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숫자나 구두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글자는 끝부분이 원추형인 도구로 새긴 듯하다"며 "상당히 매끄럽게 다듬어진 점에서 당시 글자를 새기는 고도의 기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석판에 새겨진 글이 군대의 전리품, 건설 계획, 신에게 바치는 공물 등의 기록으로 추측했다. 다만 알 수 없는 문자가 39개나 되는 관계로 정확한 의미는 현재 알 수 없다.

석판에 새겨진 문자 60개 중 절반 이상은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다. <사진=라마즈 셴겔리아>

라마즈 교수는 "석판 속 문자 대부분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인도나 이집트, 서이베리아반도의 그것과 유사성이 있다"며 "일부 고대 문자 체계와 비슷한 점도 있고 기독교 이전의 조지아 인장과도 비슷하다. 문자 몇 개는 초기 코카서스 문자나 페니키아어 등 근동 문자의 특징도 가졌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다만 비문은 알려진 어떤 문자 체계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이 문자가 독자적으로 창조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고고학적 증거가 될 만한 서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이 지방이 습기가 많아 가죽이나 목재 등 생분해성 소재는 모두 소멸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의문의 석판이 나온 바슈플레미 호수 유적 <사진=라마즈 셴겔리아>

바슈플레미 호수는 언덕으로 둘러싸인 화산대지에 자리하며 18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유물이 풍부하게 출토되는 거대한 유적이다. 주변 지표면에서는 도자기나 절구통 파편, 다양한 도구에 활용된 흑요석 조각 등이 발견돼 인간의 활동을 엿보게 한다.

연구팀은 바슈플레미 석판의 문자 체계가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점에 위치함에도 역사에서는 변방으로 저평가된 코카서스 지방 문화사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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