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인간처럼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를 구성하고 고도의 도구를 제작할 줄 아는 침팬지들이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했을 가능성은 전부터 제기돼 왔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과 같은 영장류, 특히 사람과(hominidae)인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문화적으로 점점 세련된 행동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침팬지가 뛰어난 지능을 갖고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인간이 구축한 문화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최신 연구에서 침팬지의 고도의 행동 몇 가지가 세대를 이어 계승되면서 보다 복잡해지고 세련됐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우리 연구는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구를 사용하는 등 복잡한 문화를 대를 물려 전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침팬지가 인간처럼 문화를 발달시켜 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인간이 석기시대부터 우주시대까지 폭발적으로 진보하고 문화를 연마한 데 비해 침팬지의 문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는 인간만이 시간을 들여 보다 세련된 문화를 구축하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침팬지가 사용하는 도구는 식물의 가지나 줄기 등 유기물이므로 썩어버리면 후세에 남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이 인간과 같은 진화를 따라왔음을 증명하는 기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아쉬워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수천 년에 걸친 침팬지 개체군 사이의 유전적 연결을 추적하기 위해 아프리카 전역의 침팬지 연구현장 35곳에서 유전적 마커의 유사성을 추려냈다. 동시에 지금까지 문화적으로 습득했다고 여겨지는 침팬지들의 행동 정보를 접목해 분석했다.

침팬지는 무리를 이뤄 살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진=pixabay>

특히 침팬지의 행동을 도구를 쓰지 않는 단순한 행동,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는 행동, 여러 도구를 조합하는 복잡한 행동으로 분류했다. 조사 관계자는 "콩고의 침팬지는 나뭇가지로 단단한 토양 깊숙이 땅굴을 파고 흰개미집을 찾아낸다. 식물 줄기 끝을 이빨로 씹어 솔을 만들고 땅굴에 넣어 흰개미가 달라붙으면 뽑아내는 일종의 낚시 도구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도구를 조합해 사용하는 복잡한 행동과 간단한 도구만을 사용하는 단순한 행동이 서로 다른 연구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이들의 문화가 축적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추적한 침팬지의 문화가 인간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번 발견으로 침팬지의 지성과 문화적 능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가능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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