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대는 악어의 기묘한 행동에 학자들이 주목했다. 먹잇감을 유인하는 고도의 작전일 가능성도 떠올라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인도네시아 언론들은 최근 보르네오섬에 서식하는 야생 바다악어의 희한한 행동이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바다악어는 17종이 존재하는 크로커다일 중에서 나일악어와 더불어 덩치가 가장 크고 난폭하다.
보르네오섬의 바다악어가 시선을 끄는 이유는 현지인의 카메라에 잡힌 영상 때문이다. 물속에서 앞발을 내밀어 헤엄치는 악어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바다악어의 수수께끼 같은 행동에 갖은 억측이 난무했다. 악어가 물에서 빠진 척해 먹이활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돌았다. 멀리서 보면 마치 인간이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람이 다가오면 공격해 잡아먹으려는 의도라는 견해다.
다만 학자들은 이런 설에 부정적이다. 호주 찰스다윈대학교 악어 전문가 브랜든 시들로 교수는 "이 행동은 특이한 것은 아니다. 식사 도중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상 속의 악어는 먹잇감을 단단히 물고 회전하는 데스 롤(death roll)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데스 롤은 악어에 흔한 포식 행동으로, 육질이 단단한 사냥감을 쉽게 찢기 위한 동작"이라고 덧붙였다.

브랜든 교수는 애초에 악어가 인간을 유인하는 행동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악어가 그런 복잡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취하려면 학습능력과 지능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연구에서 그런 악어를 만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생물학자 그레고리 에릭슨 교수도 "악어가 인간을 끌어들이기 위해 물에 빠진 척한다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악어는 매우 조심스러운 포식자로 사냥감이 눈치채지 않도록 몰래 다가가는 것이 특기다. 인간을 유인하는 극단적인 수단은 악어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바다악어는 매우 위험한 야생동물이다. 세계 최대의 악어로 성체 몸길이는 5~8m에 이르며 몸무게는 1t 가까이 되기도 한다. 해수와 담수 모두 적응 가능한 바다악어는 동남아시아부터 호주 북부, 인도 연안, 서태평양 섬에 널리 분포한다. 아마미오시마 등 일본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밀수한 것으로 보이는 60㎝ 새끼 사체가 지난해 포획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