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장거리를 이동하며 만나는 다른 종과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철새가 본능적으로 이동 경로를 기억한다고 본 그간의 가설이 바뀔 가능성에 학자들이 주목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자연환경과학부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추적 관찰 보고서를 15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철새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어떻게 경로를 일일이 기억하는지 조사했다. 철새들이 밤에 내는 짧은 울음소리에 주목한 연구팀은 이 행위가 일종의 정보 교환이라고 추측했다.

일리노이대 벤자민 반 도렌 연구원은 "동아메리카 26곳에서 3년간 야간에 철새들이 낸 울음소리를 녹음한 자료를 들여다봤다"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1만8300시간 넘는 방대한 기록을 분석, 참새목 명금류 25종을 포함한 27종의 새소리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15초, 30초, 60초 간격으로 서로 다른 종의 울음소리가 동시에 녹음되는 빈도는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컸다"며 "이는 이종간의 새가 사회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됐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향은 날개 길이가 비슷한 종끼리 더 강했다. 지저귀는 소리나 특징이 유사한 종도 마찬가지였다. 벤자민 연구원은 "날개 크기가 비슷한 종은 같은 속도로 비행하므로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음성이 비슷한 새들은 어쩌면 오랜 시간 사회적 유대를 쌓아왔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일부 철새가 다른 종과 동료로서 휴식지를 공유하는 사실은 지난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이종 철새 사이의 사회적 연결이 비행 중에도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벤자민 연구원은 "야생 명금류는 개체 차이는 있지만 수명이 2~3년 정도로 짧다"며 "단명하는 명금류는 부모에게서 경로를 배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새들과 교류하며 올바른 길이나 휴식 장소를 배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향후 철새들에 초소형 마이크를 장착해 개체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심층 분석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유의미한 정보가 입수된다면 기후변화, 서식지 축소가 철새들의 연결고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이해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