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폭발로 막대한 화산재가 햇빛을 가리는 현상은 과거 사람들에게도 큰 재앙이었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과 다른 점이라면 태양을 닮은 돌을 만들어 땅에 던지며 일상의 정상화를 간절히 빌었다는 사실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보른홀름 섬의 신석기시대 유적 바사고드에서 발굴한 수많은 돌멩이가 태양 숭배 사상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들여다본 돌멩이는 바사고드 유적 곳곳에서 나온 손바닥 만한 조각품이다. 손바닥 크기 정도로 대부분 평평하며, 거미줄 또는 나이테 같은 방사상 무늬가 새겨졌다. 

조사 관계자는 "수천 년 전 신석기시대 바사고드 유적에서는 희한한 무늬가 새겨진 돌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며 "그린란드의 얼음을 조사한 최신 연구에서 5000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덴마크령 보른홀른 섬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발굴된 수많은 태양석 중 일부 <사진=코펜하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수많은 돌이 바사고드의 웅덩이에 묻힌 것은 기원전 2900년경, 지금으로부터 5000여 년 전의 일"이라며 "돌들과 함께 동물의 뼈나 도기, 부싯돌 같은 것도 묻었는데, 그 시기가 화산 폭발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바사고드 유적이 기원전 3500~2700년 태양신을 숭배하는 신전이었다는 점에서 돌들이 태양석(sun stone)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대규모 화산 폭발은 태양빛을 가리고 농작물은 큰 피해를 입어 기근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당시 사람들은 태양이 진노했다고 보고 정성껏 태양석을 만들어 바치고 그 부활을 기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적의 입구는 하지·동지의 태양과 일직선으로 늘어서 태양의 움직임을 의식했음을 보여준다"며 "바사고드 유적의 둑을 따라 파놓은 도랑에 600개 넘게 묻힌 돌은 신석기시대 태양 숭배의 유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바사고드 유적에서 발견된 태양석은 문양이 제각각이며 대부분 태양을 묘사했고 일부는 작물이나 동물을 새겼다. <사진=코펜하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그 많은 태양석을 만들기까지 끈기와 시간이 필요했다고 봤다. 태양석이 묻힌 장소와 시기가 집중된 점에도 주목했다. 이는 당시 바사고드 지역에서 뭔가 변고가 벌어졌고, 사람들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태양석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린란드 빙하의 기원전 2900년 층을 조사한 연구팀은 대량의 황산염을 확인했다. 이는 큰 분화가 일어나 분출물이 얼음에 내려 쌓이면서 생기는 특징으로, 당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조사 관계자는 "당시 보른홀른 섬사람들에게 대규모 화산 분화는 생사에 관계되는 재앙이었을지도 모른다'며 "분화한 화산재와 먼지는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니며 햇빛을 차단하므로 일조량 부족과 한랭화를 일으킨다. 이를 경험한 선사시대 사람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태양석을 쪼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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