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높기로 유명한 앵무새는 먹이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소스를 이용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맛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궁리는 영장류에서만 확인된 터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수의대학교 연구팀은 18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앵무새는 먹이를 보다 맛있게 즐기기 위해 소스를 적극 활용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흰이마유황앵무의 생태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놀라운 행동을 확인했다. 앵무새들은 제공된 먹이를 다양한 맛이 나는 요구르트에 담갔다가 먹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2022년 11월 수의대 실험실에서 사육하던 흰이마유황앵무 2마리가 삶은 감자를 블루베리 맛 요구르트에 담갔다 먹더라”며 “이 앵무새의 먹이활동에 특이점이 있다고 추측하고 실험에 나섰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두 앵무새의 행동이 단순한 놀이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행위인지 알아보기 위해 흰이마유황앵무 18마리를 모았다. 앵무새가 주로 먹는 삶은 감자와 푸실리(푸질리) 등 두 가지 먹이와 신선한 물, 블루베리 요구르트, 플레인 요구르트를 준비했다.
이후 연구팀은 앵무새들에 먹이를 제공하고 30분간 관찰했다. 이를 14회 반복한 뒤 영상을 돌려봤는데, 각 앵무새들에게서 흥미로운 행동 패턴이 확인됐다.

조사 관계자는 “18마리 중 9마리가 음식을 액체에 담갔다가 먹었다”며 “특히 블루베리 맛이 나는 요구르트에 먹이를 담그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앵무새가 물에는 감자나 푸실리를 절대 담그지 않았다”며 “앵무새들의 행동은 먹이를 단순히 물에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덧붙였다.
앵무새들이 블루베리 요구르트에 식재료를 담그는 횟수는 맛이 없는 플레인 요구르트의 2배 이상이었다. 때문에 연구팀은 앵무새가 먹이에 간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파스타의 일종인 푸실리는 감자에 비해 블루베리 요구르트에 찍는 횟수가 많았다. 앵무새 1마리당 평균 횟수는 푸실리가 12회, 감자가 6회였다. 푸실리가 감자보다 요구르트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앵무새들이 선호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먹이를 요구르트에 담근 시간은 평균 3.2초로 과거 연구에서 보고된 건조한 음식을 물에 담가 부드럽게 하는 행동(평균 22.9초)과 크게 달랐다”며 “여러 결과로 볼 때 앵무새들은 단순히 음식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풍미를 즐기기 위해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