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계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산호초 군락이 해수온 상승으로 피해를 받는 가운데, 학자들도 몰랐던 산호와 게의 놀라운 공생관계가 최근 조사에서 밝혀졌다.
미국과 호주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의 관찰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게가 해수온 상승에 신음하는 산호들을 적극 치료하는 것을 확인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줄리안나 렌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전 세계 산호초가 사멸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우리 연구에서 게가 서식하는 산호는 열파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산호초는 단세포 조류와 공생 관계가 널리 알려졌다”며 “종의 울타리를 넘어선 공생관계는 자연계 곳곳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산호와 게의 그것은 정말 뜻밖”이라고 덧붙였다.
산호와 공생관계를 맺는 단세포 조류는 갈충조다. 산호는 갈충조에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질소나 인 등 영양분을 준다. 갈충조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포도당, 아미노산, 지질 등 에너지를 산호에 돌려준다.

다만 기후변화 등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갈충조가 도망을 가버린다. 산호는 에너지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마른 가지처럼 하얗게 변해 죽는다. 이것이 전 세계 바다에서 관찰되는 산호의 백화현상이다.
산호가 여러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사하던 연구팀은 얕은 여울에 서식하는 아크로포라 아스페라(Acropora aspera) 종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산호초 사이에 서식하는 게들이 산호의 괴사한 조직을 먹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산호초와 게를 수조에 그대로 옮긴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줄리안나 교수는 “게들과 공생관계인 산호는 조직이 상실될 정도의 피해를 입을 확률이 60%나 줄었다”며 “게들이 산호 표면의 죽은 조직을 먹어치우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교수는 “게다가 산호는 상처에서 게가 좋아하는 점액을 분비해 게를 유혹했다”며 “게는 갈충조처럼 산호에게 거처와 먹이를 제공받는 대신 망가진 조직을 깨끗하게 제거해 상처의 확산을 막아줬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산호가 공생관계를 통해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게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사를 계속해야 하겠지만 이를 잘 응용하면 산호초 회복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