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동아시아인이 우유를 소화하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덕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유를 먹으면 복통이나 설사를 경험하는 젖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유당불내증)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 등 동아시아인에게서 흔하다.

중국과학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우유 속 젖당(유당)을 제대로 소화·분해하지 못하는 젖당불내증이 동아시아인에 집중된 원인을 다년간 조사해 왔다.

젖당의 분해 여부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인의 25%가 젖당을 소화·분해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숫자가 드러났다. 또한 그 이유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계승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우유에 포함된 당질로 탄수화물의 일종인 젖당, 즉 락토스를 소화·흡수하려면 효소 락타아제가 필요하다. 예로부터 낙농이 발달한 유럽, 특히 북유럽 사람들 대부분이 효소를 작용시키기 위한 락타아제 유전자를 가졌다.

동아시아인의 약 4분의 1에서 확인되는 젖당내성은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유전자 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중국과학원 마시샨 박사는 "동아시아인은 이 유전자가 모유를 먹는 어릴 때만 활성화하고 어른이 되면 기능이 정지된다"며 "이 때문에 유전적으로 젖당을 소화하지 못해 배탈이 나기 쉽다. 사실 동아시아인의 대부분이 이러한 젖당불내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유를 먹어도 일부 동아시아인이 젖당내성을 보이는 이유는 그간 불명확했다"며 "젖당불내성인 사람들의 유전적 공통점을 찾기 위해 동아시아계·유럽계·아프리카계 사람들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아시아인의 25%가 가진 락타아제 유전자는 아프리카계나 유럽계 사람들과 달랐다. 기존에 학자들은 젖당내성이 인류가 낙농을 시작한 5000~1만 년 전 발현했다고 여겼다. 소나 염소를 기르고 젖을 먹는 습관이 생기면서 젖당을 소화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생존에 유리해져 점차 퍼졌다는 가설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동아시아인의 젖당내성과 관련된 유전자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진화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북유럽인들은 아이 때는 물론 어른이 되더라도 우유를 마셔도 상관없는 젖당내성을 지녔다. <사진=pixabay>

마시샨 박사는 "동아시아인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의 DNA와 비교한 결과, 뚜렷한 유전적 연결고리가 확인됐다"며 "동아시아인의 조상은 네안데르탈인과 사랑을 키우면서 락타아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사는 "해당 유전자는 소가 가축화해 인류가 우유를 마실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등장했다"며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네안데르탈인 기원의 락타아제 유전자는 어떤 감염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구팀 생각대로라면 네안데르탈인은 이 유전자 덕에 질병에서 온전했고, 우유도 소화할 수 있는 몸을 얻었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뒤에도 동아시아인에게 이 유전자가 남은 이유도 같다고 연구팀은 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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