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서 미지의 미생물 약 7000종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학계는 극한의 환경에 적응한 생명의 신비에 주목했다.
중국 해양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탐사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게재했다. 최심부 깊이가 약 11㎞에 달하는 마리아나 해구는 엄청난 수압이 가해지고 빛은 거의 닿지 않는 극한의 세계로 알려져 있다.
중국국영조선공사가 건조한 유인 잠수정 스트라이버(Striver, 奋斗者)를 동원한 연구팀은 33차례 잠수를 통해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 퇴적물과 해수 샘플을 채취했다. 3명이 탑승하는 스트라이버는 약 10㎞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어렵게 손에 넣은 마리아나 해수 최심부의 퇴적물과 해수에서는 놀랍게도 7564종이나 되는 미생물이 특정됐다. 이중 약 90%는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었다. 마리아나 해구 조사에서 한번에 이만큼 많은 심해 생물이 발견된 적은 없다.
조사 관계자는 “바다 안의 초심해대(hadal zone)는 지구상에서도 가장 가혹한 환경 중 하나”라며 “수온은 영하에 가깝고 수압은 1㎠ 당 약 1t 이상이나 된다. 이번 연구는 이런 곳의 생물 다양성을 들춘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에 대한 이번 조사는 2021년 시작됐다. 중국은 전례 없는 대규모 조사를 장기간 진행했는데, 그간 주로 이뤄지던 해저 6000m를 넘어 1만900m까지 잠수가 이뤄졌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많은 미생물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특이한 진화를 이뤄왔다”며 “극도의 수압과 저온, 영양 부족 등 가혹한 조건에도 생물이 산다는 것은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탐사에서 히론델리아 기가스(Hirondellea gigas)라는 갑각류가 해구 사이를 이동하며 서식지를 넓히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장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 마리아나 스네일피시(학명 Pseudoliparis swirei)도 관찰됐다.
미생물를 비롯한 각 생물의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자 변이가 여럿 확인됐다. 예컨대 일부 미생물은 매우 작고 효율적인 게놈을 가져 특정 환경에 딱 맞게 특화해 생존했다. 어떤 미생물은 더 크고 유연한 게놈을 가져 환경 변화에 능숙하게 적응했다.

학계는 심해 미생물이 가진 특수 유전자를 밝힌 이번 연구가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육상 생물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심해 미생물이 가진 새로운 유전자나 그 기능은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초심해대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경이적인 다양성과 독자성은 새로운 유전자와 구조, 기능을 알게 해줄 것”이라며 “이들은 육상 생물자원 고갈을 대체하는 자원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